시골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

by 약산진달래

시골에서 4월 한 달을 지내고 다시 광주로 돌아갈 계획이었다. 엄마의 백신 접종도 마쳤고 며칠 통증이 심하시더니 그것도 이제 가라앉은 날이다. 예정대로라면 오늘 광주로 올라가야만 했다. 그런데 아직 시골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떠나고는 싶지만 미련이 남는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시골에 내려와 일을 벌이지 말아야 했다. 텃밭을 만들고 그곳에 씨앗을 심지 않았어야 했던 것이다. 살아있는 생명에게는 돌봐주어야 하는 책임감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동물들을 키우는 사람들이 여행을 떠나기 쉽지 않은 것처럼 식물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내가 뿌려둔 식물들이 잘 자라도록 도와주고 싶고 제대로 성장하는지 보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인 것이다.


한 달 살기 시골 생활의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흑먼지 속에서 손과 발은 거칠어졌다. 강한 햇빛에 얼굴에 기미는 도드라 졌다. 필요한 물건이 있어도 바로 구매할 수가 없다. 그러나 그 불편함보다 편안함을 주는 것들이 있다. 그 편리함 때문에 시골에 더 머물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시골생활의 가장 큰 편리함은 마스크 착용에서 해방이라는 것이다. 도시에서는 집 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마스크를 벗을 수가 없다. 집 앞의 산을 산책할 때도 마스크를 벗지 않고 산책을 했었다. 그러나 시골에서는 어디든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자유롭게 다니고 있다. 단 마트를 가거나 동네 이외에 건물 안에 들어갈 때는 차에서 내리면서 마스크 착용을 하고 들어갔다 나오면서부터는 사람과 부딪칠 일이 없기 때문에 다시 마스크 착용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자유로움이 있어서이다. 이것이 얼마나 편리한 것인가 시골생활이 편리함과 자유로움은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시골에 내려와 살라고 말하고 싶어 진다.


나의 발걸음을 잡고 있는 또 한 가지는 이제 기다리던 산딸기가 익어 간다는 것이다. 내가 찜해놓은 산딸기꽃이 피어있던 산책길에 산딸기가 익어가고 있는 곳을 발견했다. 한두 알 따먹는 맛이 그만이다. 이제 곳곳에서 산딸기들이 익어갈 텐데 그것을 그냥 두고 시골을 떠난다는 것이 나의 발걸음을 붙잡고 있는 이유이다.


시골생활을 하며 방안에 드러누워 있자니 별의별 생각이 다 들기도 한다. "이곳에서 내가 뭐 하는 거지! 내가 왜 여기까지 와서 이렇게 할일 없이 있는 거지! 어쩌다 내 인생이 이렇게 흘러버린 거야!" 생각이 든다. 그러나 마음이 불안하지 않다. 평안하다. 이것도 좋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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