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대밭을 만들다

by 약산진달래


얼마전 부터 나의 작은 텃밭에 이름모를 풀들이 아침이면 쏙~ 올라와 있는 것을 본다. 모두 뽑아내고 다음 날 나가 보면 또 쏙 올라와 있다. 하루라도 관심을 두지 않으면 엄청나게 자라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제 막 자라고 있는 텃밭의 야채가 잘 자랄 수 있도록 이름모를 풀을 뽑아 보려고 호미로 땅을 조심스럽게 파보았다. 그런데 파고 또 파고서야 그 안에 엄청난 뿌리 식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감자만한 뿌리가 땅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나 제대로 뿌리를 모두 뽑아 내지 못했는지 다음날이 되면 또 싹이 올라와 있다. 쑥도 마찬가지 이다. 경작하지 않고 방치된 땅이었던 곳이기에 봄이 되면 의례 그냥 쑥이 자라는 거겠지 생각을 했다. 연한 쑥을 보는 것만으로도 싱그럽고 머리가 맑아지고 기분까지 덩달아 좋아지니 말이다.


그런데 요즘 이 쑥이 무섭다. 뽑아내도 뽑아내도 다시 싹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뽑아낸 자리 바로 옆에서 약올리듯 쑥쑥 올라오는 쑥이다. 들에 자라고 있던 쑥들은 한달사이이에 이미 내 허리만큼 자라버렸다. 뽑아내기도 힘들만큼 튼튼하다.


비오는날 모종을 옮겨 심기 위해 빈땅을 찾았다. 잡초들을 제거하는데 거의 반 이상은 풀이 자라고 있었다. 쑥들도 새순처럼 올라고 오고 있었다. 비가 와서 풀들을 손으로 쉽게 뽑아 낼 수 있었는데 유독 뽑아지지 않고 뜯겨지는 풀이 있다. 바로 쑥이다. 호미를 들고 와 땅을 파보니 파면 팔수록 뿌리가 깊다. 뿌리가 뒤영키듯 서로 연결되어 있어 계속 뽑아 내야만 한다. 바로 쑥대밭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쑥들이 땅속에서 계속 세력 확장을 해나가고 있었다. 땅 속 전체가 뿌리를 통해 유기체처럼 연결되어 새순을 자라게 하는 것이었다. 땅속에 연결되어 있는 뿌리가 대처럼 단단했다. 비오는 날이어서 뿌리를 뽑아 낼 수 있었지 날이 좋은 날 쑥대는 캐낼 수 없었을 것이다.


쑥대밭은 쑥이 무성하게 우거져 있는 거친 땅이다. 매우 어지럽거나 못쓰게 된 모양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안에는 밭을 돌보지 않고 그대로 둔 게으른 농부를 지칭해서 한 말이기도 하다. '쑥대밭을 만들라' 라는 전쟁용어로 사용한 것에는 상대편으로 하여금 어찌해볼 도리가 없을 정도로 만들어 땅을 내주어야만 하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해 본다.


시골의 빈땅이라면 어디든 쑥대밭이 만들어 지고 있다. '쑥밭이 되었네'라고 하지 않고 '쑥대밭이 되었다'라고 하는 말의 의미를 땅을 일구며 알게 되었다.


쑥처럼 무성하게 우거져 거친 것들을 뿌리채 뽑아내기 위해서는 게으리지 않고 부지런함이 필요하다. 어지럽거나 못쓰게 된 모양이라 할지라도 사랑과 정성과 관심을 기울여야만 다시 새롭게 된 다는 것을 시골살이에서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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