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노인정 갈래?"
노인정 옆 신작로에 할머니들이 모여있었다. 시골에 내려와도 늘 언제나 집에 덩그러니 혼자 계시는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는 할머니들이 나와 있냐고 묻더니 밝은 얼굴로 몸을 움직여 침대를 내려오려고 하신다. 사람이 그립고 친구가 그립고 옛 전우들이 그리운 것이다.
휠체어를 밀고 엄마를 모시고 나갔다. 모두 노인정 옆 큰길인 신작로에 나와 그늘에 앉아계셨다. 집에 음료가 있어서 한 상자 들고 가서 나누어 드리니 어르신들이 바로 한 병씩 따서 드신다. 다행이다. 엄마를 두고 나는 집으로 오려고 했으나 말을 잘 못하시는 엄마와 귀가 잘 안 들리시는 할머니들 사이의사소통이 신경이 쓰인다. 엄마옆에 서서 통역을 하기로 했다. 모두 까만 물로 염색을 하고 뽀글 머리를 한 동네 할머니들은 엄마의 하얀 머리가 어색하신 것 같다.
"핸식이네가 이라고 될 줄은 꿈에도 몰랐네 그라고 활개 치고 다녔는데 말이네"
노인정에 안 나오신 할머니들은 모두 어딘가로 돈을 벌로 나가신 것 같다. 70이 넘고 80이 넘어도 시골 어르신들은 논이나 밭에서 환영을 받는다. 그만큼 농촌에 일손이 부족해서 이고 할머니들은 일을 잘하기 때문이다.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외국인 근로자들이 나갈 수는 있어도 들어오지 못하는 상황이라 한 명이라도 일손이 필요한 곳이 많은 것 같다.
몇 년 전 엄마도 다른 어르신들처럼 여기저기 불려 나가 벌어온 돈을 세고 있었을 것이다. 아마 몸이 연약해지지 않았다면 지금도 여전히 일을 하러 외지러 나가 돈을 벌어올 것이다. 15년 동안이나 겨울이면 제주도 귤을 따러 다녔다고 하니 얼마나 그 시절이 즐거웠을 것인가 상상이 된다. 섬마을을 떠나 동네 친구들과 여행도 하고 돈도 벌고 하신 것이다. 그렇게 활발했던 엄마의 지난 시간이었다.
"자네가 텔레비전에 나온 것을 봤네"
엄마의 생각주머니가 늘 관산리에 사시는 어르신들에게 멈추어 있다. 텔레비전에 나온 사람이 동네 분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엄마가 텔레비전에 나오시는 분을 동네분이라고 생각하셔서 그래요." 잠시 해명 아닌 해명을 나는 하고 있다. 그때 어르신이 말씀하셨다. "잘 보았구먼 그래야 나도 테레비 나왔다." 엄마는 정말 텔레비전에서 동네 그 어르신을 본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암에 걸려 독약을 먹고 자살을 한 할머니 집에 새로운 사람이 들어온다고 한다. 할아버지는 다리를 다쳐 휠체어를 타고 생활을 하셨는데 할머니가 돌아가시고도 한동안 혼자 집에서 사시다 더 이상은 힘드셨는지 요양원으로 들아간 후 빈집이 되었다. 휠체어를 타고도 고추농사를 다 하셔서 대단한 어르신이라고 늘 생각을 했었다. 아무도 이사오지 않을 것 같은 동네에도 사람이 이사온다고 하니 빈 시골마을이 꽉 찬 느낌이 든다. 어르신들은 모두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다른 동네에서 살고 있는데 집을 빌려서 쓴다고 한다. 좋은 사람이 이 마을에 잘 정착했으면 좋겠다.
"생선 사세요"를 외치던 생선장사 트럭이 모여있는 어르신들 앞으로 모였지만 아무도 생선을 사지 않았다. 오전에 이미 생선장사가 마을을 다녀간 것이다. 아무도 사는 이 없는 섬마을 한 바퀴 돌고 떠나가는 차에서 "누가 먼저 다녀갔다냐 나는 어떡하라고" 생선 장사의 안타까운 소리가 들려왔다.
잠시 뒤에 또 다른 트럭 한대가 멈추더니 젊은이들이 내렸다. 어르신 한분이 반갑게 인사하며 트럭으로 다가가니 젊은이들 3명이 트럭에서 내리더니 전어를 사라고 한다. 섬의 다른 동네에서 온 젊은이 들이었다. 전어를 많이 잡아서 모두 팔고 돌아가는 길에 사람이 모여 있는 곳에 멈춘 것이다. 15마리에 만원 비싸지 않은 가격이었다. 살까 말까 고민하다. 어제 막 잡은 갈치를 10마리나 냉장고에 넣어둔 것이 있어서 사지 않았다. 젊은이들을 아는 지인 어르신이 사는 것 같았다. 그사이 마을버스가 지나가더니 빈 차에서 운전사가 내린다. 젊은이들에게 전호번호를 알려주더니 전어를 잡으면 자신에게 전화를 하면 팔아주겠다고 한다. 그 모습을 지켜보다 엄마를 모시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왔더니 엄마를 보러 온 큰 오라버니 손에 무언가가 들려있다. 아주 커다란 생선이었다. 생선을 놓고 큰 오라버니는 다시 쌩하니 본인 집으로 돌아가신다.
집에 돌아와 본인 볼일을 보시고 나니 다시 어르신들이 계신 곳에 가고 싶은 눈치이다.
"엄마 다시 할머니들 모여있는데 모셔다 드릴까?" 다시 큰길까지 휠체어를 밀고 가기 귀찮은 나는 핑계를 둘러댄다. "그런데 이제 할머니들도 다 집에 가실 시간이야 밥 먹을 시간이야" 다시 노인정 옆 큰길 동네 어르신들이 있는 곳에 가고 싶은 마음은 접고 침대로 올라가는 엄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