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개구리 한 마리가 포착되었다. 바로 싱크대 위의 벽지의 물방울무늬에 앉은 초록색이 아주 작고 귀여운 청개구리이다.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청개구리의 움직임은 물방울 벽지 위에서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자신이 앉은 곳이 연못 위에 떠있는 연꽃잎이라고 생각했을까? 내가 사진 촬영을 하는 동안 근접 촬영을 시도했는데오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개구리들은 자신을 위협하는 천적이 가까이 오면 죽은 척을 한다고 한다. 아마 나의 움직임에 부동자세를 취한 것도 죽은 척하기 위해서였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 작은 청개구리를 보며 여름철 내내 시골 화장실에 갇혀 빠져나가지 못한 청개구리 이기를 바란다.
화장실 안으로 어떻게 들어왔는지 지난여름 내내 세면장에서 살고 있던 작은 청개구리 한 마리가 있다. 시골에 한 번씩 내려와 화장실 세면장 문을 열고 들어가면 여전히 팔짝팔짝 뛰어다닌다. 비가 많이 오던 날 작은 문틈 사이로 들어왔던지 야채 잎사귀에 딸려 들어왔는지 알 수가 없다.
어떻게 손으로 잡아서 밖으로 내주고 싶지만 나의 기척 소리를 느끼면 어디론가 도망가는 그 작은 녀석을 손으로 잡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렇게 작은 청개구리는 시골집 화장실 새 면장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고 혼자 외롭게 살게 된 것이다.
시골집 화장실 세면장은 몸을 씻을 수 있는 곳뿐만 아니라 싱크대에서 씻을 수 없는 야채며 생선 등 큰 물건을 씻을 수 있도록 만든 곳이라 일반 화장실 보다 크다고 볼 수 있다. 화장실 변기는 문을 하나 더 열고 나가서 사용하도록 되어있다.
거의 두 달 이상 세면장에 들어가면 보이던 녀석이 이번 주에는 보이지 않았다. 무사히 밖으로 나갔거니 생각하며 녀석의 안부를 걱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싱크대에서 그릇을 씻다가 우연히 물방울 벽지 위에 앉아있는 녀석을 발견한 것이다.
어떻게 화장실을 탈출해서 이곳까지 나오게 되었을까 아니면 다른 녀석이 멋모르고 집안으로 들어왔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그러나 나의 바람은 화장실에 갇혀 지내던 녀석이었기를 바란다.
다행히 녀석의 초록빛 피부의 때깔은 아주 좋아 보였다. 화장실에서 혼자 지내기가 그리 나쁘지 않았나 보다. 개구리가 좋아할 먹잇감인 벌레들이 거미줄에 걸려 벽면 사방으로 내려오고 있었으니 어쩌면 그곳에서 나오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나의 관심에 죽은 척을 하고 있던 녀석은 내가 사진 찍기를 멈추고 다른 곳에 시선을 돌리자 어느새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잠시 집을 나왔다 화장실에 갇혀버린 청개구리의 오랜 외출이 끝나고 집으로 가족의 품으로 무사히 귀환하기를 바란다.
청개구리야 그동안 반가웠다. 너의 여름날의 삶이 우리 집 화장실 세면장 전부였다니 안타깝다. 화장실 세면장에 갇혀 밖으로 나가지 못한 너의 삶의 위로를 보낸다. 가을날은 저 넓은 세상으로 나가 꿈을 마음껏 펼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