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주말에 시골에 내려가지 않았다. 요즘 잘 그리지도 못하면서 이모티콘을 만든다며 그림연습을 했더니 안 쓰던 근육을 사용해서 팔에 담이 왔다. 목도 아프다. 거기에 요즘 꽃 포스팅에 열을 너무 올리며 무리를 하고 말았다. 그런데도 핸드폰 사진첩에는 꽃이 많으니 어서 사진을 모두 올려놓아야 새로운 사진을 또 찍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요즘 한창인 꽃무릇이 피고 있다. 어제 오후는 엄마를 모시고 꽃무릇이 피어있는 곳으로 산책을 나서 보았다. 가는 길이 험한 도로를 휠체어를 밀고 가야 한다. 물론 내가 걸어갈 때는 아주 편한 길이지만 휠체어를 밀고 가기에는 이제 힘에 부친다.
그럼에도 무료한 오후 시간 밖으로 산책을 나서겠다는 엄마를 위해 휠체어를 밀고 나왔다. 일찍 돌아가자고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미리 받고서 말이다. 엄마의 휠체어를 잠시 약국 앞에 세워놓고 커피를 사러 편의점에 들렀다. 아뿔싸 카드가 없다. 아쉽다. 벤치에서 잠시 커피 한잔을 즐기려고 했는데 허사가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인도로 휠체어를 밀고 가기에는 무리였다. 엄마는 힘 있는 오른손을 사용해 휠체어를 함께 밀어주려고 하신다. 어쩔 수 없이 차도로 내려왔다. 휠체어도 바퀴가 달렸으니 차도를 달려도 되지 않을까 생각하며 말이다. 다행히 차들이 많이 지나가지 않은 곳이다. 갓길 주차를 해놓은 곳이니 차들이 지나간다 하더라도 서행을 하는 곳이어서 휠체어를 보고는 더 천천히 주행을 해준다.
힘든 코스를 휠체어를 밀고 메타쉐콰이어길로 들어섰다. 이 길은 자전거 길이기 때문에 마음껏 휠체어를 밀고 가도 되는데 붉게 물든 꽃무릇을 잠시 보시더니 얼마 가지 않아 돌아가시겠다고 하신다.
꽃무릇은 화려하게 피었지만 자신의 모습이 초라하다고 느껴서인지도 모른다. 사람들에게 비취어지는 모습에 여전히 신경을 쓰시는 분이다. 그런 세상의 모습에 나는 관심이 없는대도 말이다.
만약 내가 엄마의 모습으로 변한다면 어떨까? 물론 그렇게 되어서는 절대 안 되지만 말이다. 내일의 건강은 오늘 만들어지는 것이다. 잊지 말아야 한다.
만약 우리가 건강하게 살다가 연약한 모습으로 변한다면 세상과 단절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남의 이목에 신경을 쓰는 사람들이니까. 세상 사람들을 보지 말고 꽃을 보자. 자연을 보자. 꽃무릇이 화려하게 피었다.
꽃에는 나비가 날아온다. 그런데 신기하다. 오늘 발견한 것은 꽃무릇에는 검은 나비가 찾아온다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커다랗다. 근접 사진을 한번 찍어볼까 했다. 그러나 이리저리 꽃이 만발하니 주체하지 못하고 날아다니는 모습에 사진을 담지 못했다. 다행히 멀리서 한컷 찍을 수 있었다.
자신을 알아주는 누군가는 언제나 있기 마련이다.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모습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꽃무릇의 화려한 붉은색에 검은 나비가 찾아오다니 좀 어울리지 않지만 나비는 자신이 좋아하는 향기와 꿀을 찾아 꽃을 향해 어디선가 날아오게 마련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