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상 생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약산진달래 Jul 17. 2023

강풍과 폭우를 동반한 번개치던날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광주는 극심한 가뭄으로 수돗물을 먹을 수 있네 마네 하고 있었다. 그런데 여름에 들어서자마자 내리는 장맛비로 인해 댐이 넘치네 마네 하는 상황이다.


아침에 집을 나설 때만 해도 햇빛 쨍쨍한 맑은 하늘이었다. 잠시 선풍기 바람을 맞지 않았을 뿐인데 강한 습도가 온몸을 후덥지근하게 만들었다.차에서 틀어놓은 냉한 에어컨 안에 있어도 한동안 습한 기운이 감도는 몸의 온도는 식혀내지 못했다.


그래서였을까? 예상치 못하게 날씨가 변덕을 부렸다. 무더위의 열기가 지상을 달구기 시작할 무렵 갑자기 하늘에서 강한 빗줄기가 억수같이 지상을 향해 퍼붓기 시작했다. 강한 돌풍을 동반한 비는 거리에 세워둔 현수막은 가뿐하게 넘겨버렸다. 거기에 무섭도록 세찬 천둥번개까지 동반해서 내리는 비에 마음까지 바짝 곤두섰다. 옆 건물에서 바로 옆 건물로 이동했을 분인데 1분도 채 안 되는 시간에 온몸 물에 빠진 새앙쥐꼴이 되어버렸다.


베란다 창문을 열고 나왔는데 어쩌지 하고 있을 때쯤 전화 한 통이 울렸다. 옆집이었다. 내가 집에 있는 줄 알고 자기집 문을 닫아 달라는 전화였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집문을 열고 나온 사람들은 아마 세찬 빗줄기에 물이 방안으로 들추지 않을까 모두 걱정을 했을 것이다.


강한 빗줄기는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에도 계속되었다. 집 가까이 다다를 무렵 한가하던 도로가 갑자기 정체되었다. '산사태라도 난 것일까 ?, 혹시 차라도 깔린 것은 아닐까? '걱정이 앞섰다. 경찰차가 한쪽 차선을 전부 막아놓고 경차들이 신호를 보내주고 있었다. 강한 돌풍과 함께 동반된 비가 내린 탓도 있었지만 날벼락 같은 번개에 맞아 나무가 한순간에 쓰러져 버린 것이다. 경찰차와 소방차가 나와 사태를 수습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는 듯 보였다.


간신히 쓰러진 나무가 있는 도로를 빠져나와 좌회선 차선을 기다리는 도로에 차가 멈춰 섰다. 차에서 앞을 바라보니 가로수의 나무 가지들이 모두 차도 쪽으로 머리를 내리고 있었다. 마치 영화에 나오는 움직이는 나무들 마냥 비 오는 날 가로수가 음산한 배경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우리나라는 가로수들은 가지가 조금만 자라기만 하면 다 베버려서 나무들이 아래만 통통하지 윗부분은 다 약해요."

나무들을 보더니 차를 운전하던 기사님이 한마디 하셨다. 그러고 보니 가로수 나뭇가지들은 모두 가지치기를 당해 몸통 위에 배실 배실 길쭉한 팔다리를 흐느적거렸다. 그 바람에 강한 바람이 불자 모두 머리를 풀어헤친 버드나무 마냥 도로 중앙으로 머리를 숙이고 있었던 것이다.


잠시 비가 멎을 것 같더니 집에 차가 도착하자마자 빗줄기는 다시 세차게 내리쳤다. 다행히 집안으로 비가 들치지는 않았다. 베란다 에만 빗물이 흥건하게 적셔 있었다. 올여름의 장맛비는 강한 국지성을 띄고 있다. 아침에 해가 떴다고 해서 우산을 들고나가지 않으면 오늘 같은 낭패를 볼 수 있다.


어쩌면 오늘처럼 강한 돌풍을 동반한 비가 내린다면 우산을 쓴다고 해도 비를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천둥번개까지 합새에 다시 강한 빗줄기가 세차게 내리기 싲가한다. 인간세상을 향해 뜨겁게 달구기도 하고, 강한 빗줄기를 퍼붓기도 하고, 천둥번개를 쳐대는 변화무쌍한 자연 앞에 겸비한 마음이 드는 날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죽마고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