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상 생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약산진달래 Sep 16. 2021

지금 내 옆에 어떤 사람이 있는가

"아빠처럼 살긴 싫다며 가슴에 대못을 박던
못난 아들을 달래주시며 따라주던 막걸리 한잔"


장애인 콜택시를 기다리기 위해 엄마의 휠체어를 밀고 햇볕 좋은 베란다로 나갔다. 이제 버지들의 애환이 담긴 노래가 돼버린 '막걸리 한잔'이 미스터트롯 영탁의 목소리로 계속 병원 옥상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힘없이 처진 얼굴에 콧줄까지 차고 큰 휠체어에 앉아 있는 아버지를 위해 딸이 음악을 들려주고 있었다. 아버지를 위한 노래인지 딸이 아버지를 생각하며 듣는 노래인지 알 수가 없다. 끝없없이 들려오는 노래를 듣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젖어둔다. 애잔한 마음이 가슴으로 다가온다.


오늘도 사연이 담긴 수많은 환자들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전동 자전거를 타면서 힘없이 고개를 떨구며 아무 말이 없는 할머니의 모습이 안타깝다. "내 말을 잘 들어야지 빨리 좋아진다고 했잖아" 전동자전거에 할머니를 태워놓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돌아온 간병인이 외치는 말에 할머니는 관심이 없다. 앞으로 할머니의 인생이 어디로 흘러갈지 그려지는 것 같아 마음이 미어진다.


"할머니 다리를 더 들어야지" 운동치료를 하며 걷기 연습을 하는 할머니에게 지나가며 소리를 한번 질러본다. 그 말을 들었는지 걷는 연습을 하던 할머니는 잘 안 들어올려지는 다리를 더 들어 올리며 걷는다. 할머니는 오늘도 힘차게 재활에 매진하고 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간병인은 할머니가 해야 할 운동을 끝까지 다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할머니의 죽어 있는 근육들이 다시 깨어나기 시작하고 있다. 온몸의 세포들이 좀 더 힘을 내주기를 기원한다. 할머니의 미래가 두발로 서서 자신의 삶을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내 옆에 누가 있느냐는 얼마나 중요한가? 안타까운 아버지와 함께 하는 애잔한 딸도 있고. 할머니가 어떻게 하던지 관심은 없고 자기 말만 잘 들어주길 바라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어떻게든 함께 있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어 주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지금 내 옆에 어떤 사람이 있는가?
그 사람에게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주고 있는가?



매거진의 이전글 기분 좋은 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