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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약산진달래 Feb 14. 2024

봄의 길목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온다는 것은 얼마나 놀라운 신비인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시간은 흘러 어느덧 봄의 길목으로 들어서고 있다.

겨우내 마른 덩굴이 늘어진 길을 지나다 깜짝 놀랐다.  개나리꽃이 살포시 노란 얼굴을 내밀며 반겨주고 있었다. 벌써 봄이 싹을 틔운다. 꽃 몽우리가 봄기운에 움츠렸던 얼굴을 살짝 내민다. 아직 몇 송이 피지 않았지만 개나리 노란색이 반갑다.

오늘 한낮의 날씨는 마치 봄날처럼 포근하다. 산수유도, 목련도 이제 피어날 테야라며 솜털 같은 망울이  그 서막을 알려준다. 매화는 어느새 활짝 웃고 있다. 어젯밤 내린 비 때문인지 하늘마저 수채화다. 아이들은 두꺼운 외투를 벗어던지고 반팔만 입고 운동장에서 자유롭게 뛰어논다. 포근한 날 덕분인지 공원길을 걷는 내내 발걸음이 사뿐사뿐 가볍다.

지난겨울은 매서운 한파가 강했다. 삶을 돌아보니 찬바람과 눈보라에 앞을 헤쳐나가기 힘든 날도 있었다. 마음이 싸늘해져 이웃은커녕 자신마저 돌아보기 힘들 지경이었다. 얼은 마음을 녹여줄 포근한 날은 다시 찾아오지 않을 듯 보였다. 스스로 동굴을 만들어 더 얼어붙어갔다.

그러나 봄 햇살은 바람에 실어 찾아온다. 실낱같은  구멍으로도 따사로운 빛은 스며들어온다. 움츠렸던 마음은 기지개를 켜고 저 하늘을 향해 조금씩 고개를 들고 몸을 움직인다.  그렇게 한 발짝 앞으로 나갈 용기를 얻게 된다. 겨울은 지나고 싹 틔우는 새봄이 찾아오고 있다. 굳은 얼굴을 피고 나도 모르게  미소 지을 날이 시나브로 찾아오고 있다. 굳은 땅을 뚫고 잠자던 새순들이 세상 밖으로 얼굴을 내밀 봄의 길목으로 들어 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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