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약산진달래 Sep 21. 2021

추석 풍경

아침부터 신작로 입구에 나와 앉아 계시는 할머니가 계신다. 먼 곳을 바라보며 혹시라도 자동차가 우리 동네로 오고 있는지 하염없이 지켜보고 있다.     


" 노인정에서 안노시고 여기서 혼자 뭐 하세요"

"우리 딸이 아침에 전화할 때 내려온다고 했는데 오고 있나 보고 있다."

"그럼 오후 늦게나 올 텐데요"

"그래도 혹시 일찍 올지 모릉께 기다린다"    


할머니의 기다림은 늦은 오후까지도 계속되었다. 망부석처럼 그 자리를 떠나지 않고 하염없이 자동차가 넘어오는 언덕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째 차는 많이 오는데 우리 집으로는 안 온다야"

"저기 신기리도 빈집이 10채나 되는데 차가 솔찬히 들어가야. 우리 동네도 10채는 집이 비었째 옆 동네도 7채가 빈집이어야 그래도 차가 많이 들어가는디......"    


자식들을 태운 차들이 남쪽을 향해 하염없이 내려오고 있는 중이다. 어르신들에게는 아주 오랜만에 자식들과 상봉의 시간이 주어진 것이다. 그동안 자식들을 주기 위해 하나둘 모아 온 곡식들이 부모의 애닮은 사랑처럼 집집마다 창고에 모아졌다.    


밤중에 차 한 대가 할머니의 집 앞으로 들어섰다. 아침부터 그토록 기다리던 자식은 어두운 밤이 되어서야 엄마의 집으로 찾아왔다.    


다음날 아침 할머니의 집이 웃음꽃으로 가득하다. 할머니의 커다란 목소리에 생기가 넘친다. 그동안 자신이 어떻게 혼자서 잘 살고 있는지 자식들에게 무용담을 들려주고 계신 것이다. 아들들도 내려왔는지 넓은 마당에 장정들로 모처럼 꽉 차있었다.    


자식들은 그동안 할머니 혼자 할 수 없었던 나무들의 가지치기를 하고 집 주위를 둘러싸버린 풀들을 베기 시작한다. 할머니는 자식들이 오면 주려고 심어둔 고구마를 캐기 시작한다.    


홀로아리랑을 부르던 할머니의 노래가 추석이 되어서야 마침내 자식들과 화음을 맞추어 들려오기 시작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가을밤 들려오는 풀벌레들의 교향곡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