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신작로 입구에 나와 앉아 계시는 할머니가 계신다. 먼 곳을 바라보며 혹시라도 자동차가 우리 동네로 오고 있는지 하염없이 지켜보고 있다.
" 노인정에서 안노시고 여기서 혼자 뭐 하세요"
"우리 딸이 아침에 전화할 때 내려온다고 했는데 오고 있나 보고 있다."
"그럼 오후 늦게나 올 텐데요"
"그래도 혹시 일찍 올지 모릉께 기다린다"
할머니의 기다림은 늦은 오후까지도 계속되었다. 망부석처럼 그 자리를 떠나지 않고 하염없이 자동차가 넘어오는 언덕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째 차는 많이 오는데 우리 집으로는 안 온다야"
"저기 신기리도 빈집이 10채나 되는데 차가 솔찬히 들어가야. 우리 동네도 10채는 집이 비었째 옆 동네도 7채가 빈집이어야 그래도 차가 많이 들어가는디......"
자식들을 태운 차들이 남쪽을 향해 하염없이 내려오고 있는 중이다. 어르신들에게는 아주 오랜만에 자식들과 상봉의 시간이 주어진 것이다. 그동안 자식들을 주기 위해 하나둘 모아 온 곡식들이 부모의 애닮은 사랑처럼 집집마다 창고에 모아졌다.
밤중에 차 한 대가 할머니의 집 앞으로 들어섰다. 아침부터 그토록 기다리던 자식은 어두운 밤이 되어서야 엄마의 집으로 찾아왔다.
다음날 아침 할머니의 집이 웃음꽃으로 가득하다. 할머니의 커다란 목소리에 생기가 넘친다. 그동안 자신이 어떻게 혼자서 잘 살고 있는지 자식들에게 무용담을 들려주고 계신 것이다. 아들들도 내려왔는지 넓은 마당에 장정들로 모처럼 꽉 차있었다.
자식들은 그동안 할머니 혼자 할 수 없었던 나무들의 가지치기를 하고 집 주위를 둘러싸버린 풀들을 베기 시작한다. 할머니는 자식들이 오면 주려고 심어둔 고구마를 캐기 시작한다.
홀로아리랑을 부르던 할머니의 노래가 추석이 되어서야 마침내 자식들과 화음을 맞추어 들려오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