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 장안이 조용하다. 병아리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쥐 죽은 듯이 조용한 닭 장안을 살며시 들여다보았다. 암탉과 수탉이 자신들이 늘 앉아 있던 장위에 있지 않았다. 횟대에 올라갈 수 있도록 놓아둔 두 개의 위자 위에 한 자리씩 떡하니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의자 아래는 혹시 청계 닭들이 병아리들을 쪼아댈 경우 피할 수 있는 대피처로 마련해 둔 것인데, 그위에서 병아리들이 나오지도 못하도록 근위병처럼 지키고 있었다.
병아리 합사 일주일째가 되었다. 합사가 다행히 성공한 것 같았는데 닭 장안에서는 치열한 전쟁이 시작되고 있었던 것이다. 강자가 약자가 나타나면 무자비하게 쪼아대기를 시작한 것이다. 병아리들이 밖으로 나오기만 하면 암탉은 어디에서라도 쫓아와 병아리들을 쪼아댔다. 수탉은 병아리들에게 관심이 있는 척 다가오다가 가까워지면 병아리들을 조용히 쪼아대는 현장도 목격되었다. 어쩔 수 없이 병아리들은 의자 아래로 숨게 되었다 그런데 그 의자 위에서 두 마리 닭들은 의자 하나씩 차지하며 지키고 있는 것이었다.
암탉은 병아리들을 에게 신경이 팔려 청란을 낳고도 품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 자신의 새끼보다는 새롭게 등장한 병아리들을 쪼아대는 것이 더 시급한 일처럼 느껴졌던 것 같다. 예전 같으면 청계 닭 두 마리는 아직 낮이 환한데도 횟대에 일찍 올라가 잠잘 준비를 했다. 그런데 이제는 어둠이 찾아와야만 횟대에 올라간다. 두 마리 청계 닭들이 횟대로 올라가기까지 병아리들의 청계 닭을 피해 숨바꼭질은 계속되었다. 두 마리 청계 닭이 횟대로 올라가고 나서야 밖으로 나와 자유롭게 모이를 쪼아 먹고 물을 먹을 수 있었다.
병아리들과 청계 닭의 분리가 시급했다. 오늘은 급한 대로 청계 닭 두 마리를 밖으로 내놓는 것으로 병아리들에게 잠시 자유를 주기로 했다. 암탉과 수탉은 잠시 닭장 밖으로 내놓다. 두 마리는 잠시 자유를 즐긴 것 같더니 그것도 잠시 수탉의 우는 소리는 커지기 시작했다. 다른 곳으로 갈 생각은 전혀 없고 닭장 앞에서만 어슬렁 거리고 있었다. 닭장 밖보다는 이제 닭 장안이 더 재미가 있는 장소가 된 것 같았다.
닭 장안에서는 자신들을 의자 아래서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만든 장본인들이 없는 것을 깨닫지 못하 못하는지 한동안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 그러다 활발한 병아리 1호 2호가 밖으로 나와 모이를 쪼아 대자 3,4,5호도 밖으로 나와 모이 앞에 모여들었다. 그런데 병아리 6호는 구석에서 나올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의자 밖은 여전히 여전히 두려운 장소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다른 병아리들이 돌아오지 않자 서서히 밖으로 나왔다. 주위를 계속 두리번거리는 모습이 여전히 경계를 풀지 않았고 한 발을 움직이는 것도 조심스러웠다. 닭장 안의 변화에 아직 적응하지 못한 것 같아 보였다. 그렇게 한참을 혼자서 두리번거리다 멈춰 서다를 반복하다가 물을 먹기 시작했지만 그것마저도 신중했다.
얼마 후 더 이상 자신들을 쪼아대는 이들이 없다는 것을 안 것인지 병아리들은 마음껏 모이를 먹고 물을 먹었다. 볕이 좋은 닭장 앞에서 웅크리고 앉아 낮잠을 즐기기도 했다. 그렇게 닭 장안에는 병아리들의 평화는 오늘 하루 동안 지속될 것처럼 보였다.
그것도 잠시 닭장 밖에서 더 이상 흥미를 느끼지 못한 청계 닭 두 마리는 닭 장안으로 순식간에 날아들어갔다. 닭 장안에 병아리들은 혼비백산이 되었고 의자 아래로 순식간에 들어가 숨어버렸다. 다시 닭장안에는 숨막히는 정적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청계 닭 두 마리는 의자를 하나씩 차지하고 천역 덕스럽게 서있는 것이 아니가?
빛도 들어오지 않는 의자 아래서 병아리 여섯 마리가 웅크리고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닭 장안에는 지금 청계 닭들의 병아리 왕따가 심각한 상황에 이른 것 같았다. 속히 해결방안을 모색해야만 병아리들에게 불행한 사태가 생기지 않을 것 같았다. 청계닭들아 너희들 꼭 그렇게까지 병아리들에게 관심을 표현해야 하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