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약산진달래 Oct 07. 2021

들깨 털기

베어진 들깨가 마당에  널려져 있다. 바람은 가을바람 햇볕은 여름 햇볕에 들깨는 잘 말려간다.  잠시 닭장 감시를 나오신 엄마가 마당에 널려진 들깨를 보시더니  들깨를 터시겠다며 그늘로 가져오시라고 한다. 앗싸!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다.


매트에 널려진  들깨를 끌어다 깨 털기 장인에게 갖다 드렸다. 이번에는 깨를 털 막대기를 가져오라고 하신다. 닭장 앞에 막대기가 하나가 있어 갔다 드렸다.


들깨 장인은 들깨를 한 움큼 집어 들고 들깨를 터신다. 꼬투리 안의 들깨가 방망이에 두들겨지며 탁탁 소리를 내며 후두둑 떨어진다.  들개 장인의 왼손은 힘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들깨는 잘도 떨어진다. 바닥에 있는 다음 들깨 묶음을 손에 쥐어드렸더니 더 많이 달라고 하신다. 본인이 아직 힘이 좋으신 줄 아시는 분이시다. 그러나 들깨는 다 털리지 않았는데 들깨 장인의 들깨 털기는 금방 끝나버렸다.


이번에는 초보 농부의 들깨 털기 시간이다. 한번 털어진 들깨를 들고 막대기로 탁탁 두들기며 들깨를 털어보았다. 톡톡톡 들깨가 매트 안으로 떨어진다. 한 알이라도 밖으로 튀어나갈까 조심스럽다. 덜 말려진 꼬투리 안에서 들깨들 아직도 세상 밖으로 나올  준비가 안 된 것 같다. 좀 더 세차게  들깨를 두들겨본다. 남아있던 들깨들이 우수수 바닥으로 떨어진다. 들깨가 다 털리지 않았지만 방망이 두들기기에 지쳐버린 초보 농사꾼의 들깨 털기도 끝나버렸다. 들깨 털기를 마친 대들은 그대로 닭장 안의 닭 모이가 되거나 불쏘시개가 될 판이었다.


들깨 장인은 아직 들깨가 남아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대로 모아 볕 좋은 곳에 세워 두라고 하신다. 아직 다 말리지 않은 들깨대가 전봇대에 세워진 채 햇볕에 말려지고 있다. 곧 잘 말려져 들깨를 다시 두드려 씨앗을 받아 더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들깨를 털면서 아스라이 옛 기억들이 스쳐간다. 어린 시절  콩이나 깨가 말려있던 마당의 추억이  생각난 것이다. 마당 가득 널려있던 콩이나 깨를 향해 도리 개질을 하던 아버지가 있었다. 도리깨를 하늘에서 허공을 한번 돌더니 바닥으로 힘차게 내리쳐지면서 곡식의 꼬투리를 힘차게 열었다. 꼬투리 안의 콩인지 깨였는지 모를 곡식은 이리저리 바닥으로 튕겨나갔다.  그 옆에서 키를 들고 알곡들만 모으기 위해 까불리기를 하던 엄마가 있었다. 어린 나는 방망이 하나를 들고 놀이를 하듯  여기저기 두들겨 다닌다.

그 풍성한 가을 우리 집 마당에서는 수많은 곡식들이 말려져 알곡들로 모아지는 곳이었다.  부모님들은 곡식의 낱알들을 한 알까지 모두 털어내기 위해  하늘과 땅을 향해 수없이 도리깨질을  해대며 키를 까불렸던 것이다.


털어진 들깨를 챙이(키)에  담아 까불리기를 해보려고 시도해 보았지만 한두 번 까불리다 그냥 두었다. 잘 턴 깨들을 잘못 까불리다  마당으로 다 날아가 버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티끌과 쭉정이를 모두 걸려내야 하지만 솜씨가 부족해 그대로 두었다. 알곡과 쭉정이가 함께 있어도 상관없는 들깨 씨앗들이다.


*챙이: 키의 전라도 사투리


매거진의 이전글 들깨 수확시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