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늦은 시간 순천에 사는 친구에게 문자가 왔다. 내일 영국에서 친구가 나와 순천에 오는데 함께 보면 좋겠다는 것이다. 누군가를 만나기가 쉽지 않은 곳에서 살고 있는지라 모처럼의 기회를 놓치기 아까웠다. 혼자만의 자유시간을 가질 수 있는 핑계를 대기도 쉬웠다. 다행히 월요일 친구들을 만나러 순천으로 가을 여행을 떠날 수 있었다.
겨울이 온 듯 그렇게 추웠던 어제의 날씨는 어디로 가고 순천의 한낮은 따사로운 기온이 가득했다. 터미널 가까운 브런치 카페에서 만난 세명의 여인은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샐러드와 차를 마시며 점심을 대신했다.
영국에서 입국한 친구는 백신을 2차까지 접종 완료를 했다고 한다. 백신 접종을 완료할 경우 한국에 입국 시 자가격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덕분에 가족들을 만나러 장흥까지 내려올 수 있었다고 알려주었다. 백신 접종 완료와 함께 서서히 해외여행이 완화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처럼 만나기 힘든 친구들이 순천에서 모였으니 한국의 가을을 느낄 수 있는 곳인 순천만 습지에 가보자고 이야기를 꺼냈다. 월요일이라서 그런지 주차장에 쉽게 주차를 하고 순천만 습지로 들어갔다. 입장료가 성인은 8.000원, 순천시민은 2,000원이었다. 아쉽게도 월요일이라 스카이큐브가 운행을 하지 않았다. 순천만을 운행하는 유람선 마찬가지였다. 스카이큐브나 유람선을 타고 순천만을 돌아보는 것은 언제일지 모를 다음 기회로 남겨두기로 했다.
여자가 세명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는 이야기가 있는 것처럼 우리는 수다를 떨며 갈대밭을 걸었다. 날씨가 좋고, 함께하는 사람이 좋고, 갈대마저 바람에 흔들리니 즐거운 수다가 이어지는 산책이었다. 과거 이야기에서 현재 이야기까지, 아이들 이야기에서 남편 이야기까지, 연로하신 부모님 이야기로 서로의 근황을 나누었다. 그리고 얼굴을 보이도록 마스크를 벗고 사진을 찍었다. 어디서 어떻게 찍어도 멋진 사진을 건질 수 있는 갈대와 하늘이 어우러진 정말 예쁜 날이었다.
갈대밭길을 걸으니 소녀시절 좋아했던 무협영화가 떠올려진다는 친구와 갈대밭 위를 날아다니는 모습을 상상하기도 하고,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치던 사람처럼 맘속에 고이 담아둔 이야기를 나누었다. 갈대밭길을 걸으니 우리 세사람이 영화 속 한 장면 속으로 들어간 듯한 느낌을 받았다.
끊이지 않을 것 같은 우리의 대화는 헤어져야 할 시간이 다가오자 다음을 기약했다. 언제일지 모르지만 우리는 다시 만나 서로의 지난날을 그리고 오늘을 이야기하며 믿음안에서 삶을 나눌 것이다. 갈대가 춤을 추는 순천만 습지에서 믿음의 친구들과 즐거운 가을여행을 즐긴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