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밖으로 보이는 가을 풍경 나무들이 서서히 가을빛으로 물들어간다. 아침 공기는 서늘하고 햇살은 정겹게 느껴지는 날 가벼운 발걸음으로 산책을 나섰다. 스며들듯 가을 색들이 조화롭게 물들어간다. 마음까지 가을빛으로 물들어간다.
모처럼 혼자 걷기 좋은 길을 향해 발걸음을 향했다. 이 길을 가기 위해 지나가는 아파트에서 만리향이라는 금목서 향이 마음까지 끌었다. 은은한 그 향기를 느끼며 혼자 걷는 길을 걸었다. 아침 8시 가을이 완연한 날 사람들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 지를 않는다. 여름날의 이 길을 즐겨 걸으며 발걸음을 빨리하던 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빛이 소나무 사이로 스며들며 그 빛의 굴절을 따라 그림자가 걷는 나를 따라 걸어오는 날이다.
가을길을 걷는다는 것은 서서히 물들어가는 나무의 변화를 받아들이며 인간도 자연처럼 변화된다는 것을 느끼는 시간이다. 그러나 그것을 역행하며 이제 봄날의 새싹처럼 자라는 풀들도 있다. 가을의 시작을 알리며 붉게 물들며 사랑을 고백하던 상사화 꽃무릇은 다시 청춘시절로 돌아간 듯 여전히 푸른 겨울날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서서히 물들어간다. 자연의 섭리를 따라 순회하듯 그렇게 말이다. 작년 가을처럼 다시 가을은 시작되었고 드디어 절정을 향해 달려가는 시기인 것이다.
서서히 물들어간다. 하늘을 행해, 보이지 않는 태양의 열기가 곧 지상으로 내려올 것이다. 그 열기 속에서 또 깊게 물들어가다 마침내 지상으로 추락하고 말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가장 화창한 날 화려한 시기 그 절정의 시기를 즐길 수 있는 찰나의 가을 하루이다.
구름은 하얀 물감을 파란 바다에 풀어놓은 듯 헤엄을 치고 또 다른 바다의 물기를 스며 받은 이 땅의 목이 긴 나무들은 물들어간다. 서서히 가을빛 색을 가진 물고기처럼 헤엄을 쳐댄다. 그리고 물들어간다. 이 세상이 아닌 저세상의 색으로 상상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품은 빛깔로 물들어간다.
은은한 향기가 유혹하는 길을 걸으며 서서히 나도 물들어간다. 가을빛 길을 걷는 시간 내 마음도 물들어간다. 그 끝 모를 마음을 끄는 어딘가로 이끌려 간다. 내 마음의 색은 무슨 색으로 물들어 가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