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파 모종을 심을 때부터 계속 신경이 쓰였다. 해가 떠있을 때는 비가 와서 땅이 촉촉하면 뽑아내야지 하고 미루었다. 한낮에는 지금은 더우니까 아침에 메야지 하고 뒤로 미루었다. 늦잠을 자버린 날에는 해가지기 전에 선선할 때 메야지가 되었다. 그리고 다음 주에 하지 뭐로 미루고 말았다. 그러다 보니 쪽파 모종을 한지 한 달이 넘었지만 아직 풀을 한 포기도 뽑아내지 못했다.
고춧대를 뽑은 고랑에 쪽파 모종을 심었고 다른 고랑에는 배추 모종을 심었다. 배추 모종은 처음부터 상태가 좋지 않아서인지 그대로 죽어버렸다. 그곳에 갓 모종을 대신 심었더니 잘 살아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중간 고랑 사이에 풀이 지천이다. 그것을 풀을 메기 싫다는 이유로 아직까지 외면한 것이다.
오랜만에 시골에 내려왔더니 다른 곳의 모종들은 잘 살아나고 있었다. 그런데 이곳 고랑의 쪽파 모종들은 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바로 풀 때문이었다. 이미 씨앗을 땅에 뿌릴 준비를 하고 있는 풀들은 그 기세가 등등했다. 풀들의 기세에 "옴메 기죽어" 하며 파 모종과 갓 모종은 기를 펼 수 없었을 것이다. 오늘은 힘이 들어도 풀을 베기로 결정했다. 풀을 메기에는 땅이 너무 딱딱하기 때문이었다.
제대로 잘 드는 낫이 없어 여전히 녹슨 낫을 들고 풀을 베야했다. 그런대로 풀이 베어지지만 쉽지 않았다. 풀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고 낫을 잡은 손에도 힘이 들어갔다. 몇 번 낫질을 하지 않았는데 허리를 숙이고 일을 했더니 허리가 뻐근하다. 일어나려고 하니 허리 부근이 그대로 돌처럼 굳어 버린 느낌이었다. 그렇지만 낫질을 멈출 수는 없었다. 그런대로 풀을 베어 노니 풀사이에서 보이지 않던 모종들이 이제야 그 얼굴빛을 밝게 보여주는 듯하다.
풀을 베었다지만 여전히 그대로 무성하다. 그래도 쪽파 모종이 그늘진 곳에서만 지내다가 드디어 빛을 보게 되었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식물도 빛과 공기가 부족하면 자신의 기량을 맘껏 펼치기가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키보보다 몇 배는 더 자라 버린 풀들 때문에 애기 모종들이 그동안 빛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너무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맘껏 빛을 보고 쑥쑥 커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