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부부가 잠시 섬마을 농부의 농사일을 도와주다 떠났다. 그들이 살다 간 집 마당에 신기한 채소들이 많았다. 이국땅 그것도 남쪽 나라 섬마을까지 내려 와 농사일을 해야만 하는 그들이 요즘은 고맙기만 한 것이 농촌의 현실이다. 젊은이들이 떠나고 80 먹은 할머니들만 남아있는 시골에 일손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외국인 인력도 요즘은 너무 귀하다 못해 구하기 힘든 일손이 되어 버렸다.
그들이 다른 일을 찾아 떠난 마당에 자라고 있는 채소 열매들이 궁금하다. 그중에 보라색 꽃이 피고 있는 채소가 있었다. 가지 꽃인가 했는데 잎이 컸다. 열매는 동그랗고 초록색으로 처음 보는 채소였다. 알고 봤더니 태국 가지라고 한다. 커밋 가지라고도 부르는데 먼 이국땅에서 와서 그들이 키우는 채소는 역시 그 나라 채소였다.
한국사람들이 외국에 나가면 상추나 토마토를 키운다. 심지어 배추를 재배하기도 한다. 미국에 있는 친구도 한국에서 먹던 참외 맛을 못 잊어 참외를 씨앗을 뿌려 수확했다고 한다. 그만큼 타양살이는 고국의 맛이 그리운 것이다.
동글동글 태국 가지를 보고 있자니 한국에서 서툴지만 늘 미소를 짓던 부부의 얼굴이 그려진다. 시골에 내려가면 언제나 나를 보고 반갑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태국 가지를 보며 그들 부부를 생각하게 된다. 지금쯤 어딘가에서 고국의 채소를 키우며 두고온 가족들을 그리워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