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것은 없지만 볼 때마다 잔잔하게 스며들어오는 드라마가 한편 있었다. 마치 헤어진 연인들의 연애 이야기를 들려주는 드라마 같기도 하고, 젊은 청춘들의 청춘을 그리는 풋풋한 드라마 같기도 하다. 10년 전 헤어진 연인들이 다시 만나는 이야기로 시작되는 드라마의 제목은 '그해 우리는'이다.
처음 이 드라마를 접하며 가장 관심을 끌었던 것은 청춘들의 이야기도 연인들의 이야기도 아닌 매회의 제목이었다. 뭐지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데 하는 제목의 이름은 바로 영화와 드라마 제목이었던 것이다. 매회마다 귀에 친숙한 제목을 통해서 드라마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것이 눈에 띄었다. 두 번째로 관심을 기울였던 것은 최우식이라는 남자 배우이다. 주인공 같지 않은 평평한 모습으로 집 밖을 나가면 동네 어딘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젊은 남자들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은근 매력이 넘치는 배우다.
'그해 우리는' 드라마는 고등학교 시절 우연히 반에서 꼴찌와 일등의 생활을 드라마 다큐로 찍었었다. 그런데 10년이 지난 현재 역주행을 하면서 10년 후 주인공들이 다시 만나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다시 다큐드라마를 찍게 되는 것으로 시작된다. 10년 전 앞으로 전개될 미래에 대해 전혀 알 수 없었던 불안한 청춘들은 현재 모두 다 사회 속에서 자리를 잡고 살아가는 모습을 하고 있다.
그저 청춘 멜로물처럼만 생각되었던 드라마가 횟수를 거듭할수록 다가오는 메시지가 잔잔하게 드러나기 시작한다. 10년 전에는 할머니와 단둘이 살아가는 여주인공만 미래에 대한 불안뿐만 아니라 현재의 버거운 생활로 삶에 대한 억척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드라마 후반부로 접어 걱정 없을 것 같았던 남자 주인공 역시 내면의 공포가 드라나기 시작한다. 그것은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버려진 기억이었다. 그리고 또 다른 남자 주인공 역시 엄마가 있지만 엄마로부터 늘 버려지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10년 전에는 이처럼 불안했던 청춘들의 미래는 어떠한가? 10년 후 그들의 모습은 절대 불안전한 모습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그들의 불완전함은 극복되었는가? 결코 아니다. 그들의 불완전함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현실에 좌절하지 않고 자신들 만의 돌파구를 찾아내며 현실을 회피하지 않고 살아내었다. 그래서 10년 후 그들의 모습이 그토록 평범함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느껴진 것이다.
'그해 우리는 처럼' 그 시절 우리의 청춘은 불안했다., 과거 청춘시절로 돌아가 보면 자신의 불안함 때문에 상처받지 않기 위해 상처를 숨기고, 그래서 사랑하는 누군가와 헤어지기도 하고, 알 수 없는 이유로 거절을 당하기도 했다. 자신이 가진 것을 놓치지 않기 위해 자신이 주어진 것에 너무 욕심내지 않는 삶을 선택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파하고 고통스러워했지만 현재의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현재를 살아내었다. 현재 10년전 과거를 돌아보니 힘든 기억들 마저아련한아름다움으로새겨져있다.
청춘 멜로물 이려니 생각하며 보다가 드라마가 전하는 내면을 살며시 들여다보았다. 여전히 상처받는 것이 두렵다. 그러나 상처받지 않고 살아갈 수는 없다. 우리는 상처 속에서 자신을 숨기고 움추러 들기도 하지만 오직 그 상처는 사람만이 치유할 수 있다. 사랑만이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고 믿는다. 사람은 사랑하고 사랑받는 존재 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말 모처럼 재미있게 보았던 드라마"그해 우리는"이 아쉽게도 마지막 회로 끝이나 버렸다. 아 아쉽다. 안녕~ 내 불안전한 청춘이여, 상처받지 않기 위해 상처를 숨기고 살아야만 했던 상처받은 내면이여~! 안녕 그해 우리는 젊은 날의 자화상이여~
'그해 우리는' 명대사 중 1화에서 남자 주인공이 싫어하는 국연수(국.영.수)가 마지막회에서는 사랑하는 국연수로 변하듯 ~ 인생은 세월이 지난후 다시 보면 희극으로 변할지도 모른다. 가능성이 언제나 존재하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