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은 날이 따뜻해 비가 올 줄 알았더니 광주에도 많은 눈이 내렸다. 기온이 영하로 11도까지 내려간 오늘은 올해 들어 가장 추운 날이다. 전라도가 이 정도라면 서울은 더 추운 날씨일 것이다.
밖에도 나가지 않고 집안에서 눈이 많이 내리는 것을 보고 있다. 몇 년 만에 하는 함박눈 구경이 결코 좋다고도 싫다고 할 수도 없는 날이다.
"아야 신지면에 먹을 물이 없단다."
"엄마 어디서 들었어? 텔레비전에서 들었어? 물이 왜 없대 "
"비가 안 와서 그런단다."
"엄마 우리 시골도 물이 부족하대"
아침에 일어난 엄마가 뜬금없이 물이야기를 꺼냈다. 어느 방송에서 하는 완도 어느 섬의 물 부족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신 것 같다.
올해 전라남도는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다. 시골집 앞에는 어린 시절 동네 사람들이 식수로 사용했던 샘이 있다. 지금은 가정마다 상수도가 설치되어 있어 샘물을 누구도 사용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샘의 물은 언제나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그 샘물도 바닥이 드러났다. 농사를 짓는 분들이 샘물을 끌어다 쓰셨기 때문이다.
긴 가뭄으로 인해 농업용수는 물론 마실 물조차 모자라는 상황이다. 결국 지난 3월 완도군 노화도와 보길도를 시작으로 제한급수에 들어갔다. 현재 완도군에서 노화도와 보길도, 금일도, 넙도, 소안도 등 5개 섬 지역이 1∼2일 급수, 4∼6일 단수 등 제한급수 중인 상황이다.
광주도 주요 상수원인 동복댐과 주암댐이 점차 고갈되면서 내년 초 제한급수를 목전에 둔 상황이다.
광주시에서는 방송과 전단지 안내문자를 보내며 물 절약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펼치고 있다. 현재 광주의 주요 상수원인 동복댐의 저수율은 30% 선이 무너지고 27%선에 이르렀다. 이렇게 계속 가뭄이 이어진다면 동복댐은 내년 3월 말까지 식수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만약 가정에서 20%의 물절약을 실천한다면 내년 6월까지는 동복댐의 고갈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동북댐의 물이 고갈될 경우 내년이면 광주에 제한급수가 시행될 것이라는 예상에 광주사람들은 만나면 인사처럼 물 걱정을 한다. 그렇지만 물절약을 제대로 실천하지는 못하고 있다. 나만해도 그렇다.
수돗물을 틀어놓고 양치질을 하다가 양치를 다하고 난 후에야 아차 하며 양치컵을 찾는다.
설거지를 할 때도 물을 받아서 하는 것이 실천이 되지 않는다. 쌀을 씻고 난 물은 식물에게 주려고 하지만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다행히 한 가지는 물적약을 하고 있는 셈이다. 매일 하던 샤워를 날이 춥다 보니 2~3일 정도는 참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오후에 잠깐 눈길을 헤치고 마트에 다녀왔다. 검은 롱파카에 모자를 눌러썼다. 그런데 잠깐 맞은 함박눈에 검으누옷도 하얀 눈사람으로 변해 버린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도 마찬가지다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걸음은 조심스럽다 못해 어정쩡하다. 우스꽝스러운 서로의 모습을 힐끗 쳐다보며 실 웃음인사를 건넨다.
"허허 눈이 와서 좋기도 하고, 안 좋기도 하네요 "
"그러게 좋기도 하고 안 좋기도 하네요. 비가 와야 좋제"
모르는 사이지만 서로 한 마디씩 건네는 말이 물걱정이다.
모두의 마음에는 비가 내리기를 바랐지만 하루종일 내린 함박눈이 아쉽기만 한 것이다.
오늘 내린 눈은 사람들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있다. 하얀 눈으로 세상을 덮어버리는 중이다. 도로도 자동차도 나무도 건물도 하얀 눈으로 모두 덮이는 중이다.
좁은 눈길을 걸어가며 눈이 쌓인 곳과의 높이 차이를 보니 대충 종아리 까지 빠질 만큼 눈이 쌓였다. 눈을 치우시는 분들의 제설작업이 따라가지 못할 만큼 계속 내리고 있다. 아파트 앞에는 염화칼슘을 뿌려 눈이 녹고 있지만 다시 내린 눈에 길이 미끄러워 넘어질뻔했다. 흰 눈이 소복이 쌓인 길을 밟고 걸어가는 것이 차라리 미끄러지지 않고 안전하다. 눈길에 자동차 사고도 많이 나고 있는 날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눈을 기다리는 크리스마스시즌이다. 그러나 어린아이처럼 눈이 반갑지만은 않다는 것을 어른들은 안다.
"찬바람에 함박눈이 되어 날아온 눈은 언제쯤 물로 변해 주려나? 오늘 내린 눈으로 가뭄은 어느 정도 해갈될 수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