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밤 너무 큰 소리에 깜짝 놀랐지만 내 손은 자동적으로 핸드폰을 잡는다. 밤사이 배겨 옆에서 고이 놓여있던 핸드폰이 새벽부터 울리기 시작한 것은 바로 성탄절 아침이기 때문이다. 미국에 있는 친구에게서 성탄 축하 메시지와 24일에 보낸 생일축하에 대한 답장이었다.
"생일 챙겨줘서 고마워 가족과 함께 행복한 크리스마스 보내"
그렇다. 오늘은 성탄절이다. 새벽 다섯 시를 기점으로 부지런히 아침을 시작하는 이들은 성탄 인사를 게속 카톡으로 보내온다. 과거 내 모습을 떠올려 보니 나 또한 새벽에 지하철을 타고 교회를 가면서 성탄 인사를 문자 메시지로 보내기에 바빴다.
문자를 보낼 때는 성탄 이미지와 메시지가 담긴 이모티콘 글자들로 복사해서 보냈고 카톡으로 이미지 쉽게 전송하기 시작하면서 성탄 이미지를 만들거나 예쁜 이미지를 찾아 복사 전달을 했다. 성탄절은 언제나 가장 바쁜 날이었고 즐거운 날이었다. 또한 한편으로 마음 한편에 헛헛함이 남는 하루였다.
올해 성탄절은 다른 해보다 더 조용하게 지나간다. 사회적으로는 내가 사는 지역에 한파와 30년 만에 많은 눈이 내려 도시가 마비된 상태이고, 개인적으로는 코로나 후유증으로 아직 몸이 회복되지 않아서 이기 때문이라는 핑계를 대본다.
새벽부터 일어나 핸드폰을 손에 쥐었으니 잠을 바로 들기는 틀렸다. 그렇다고 뜨근한 이불속에서 일어나고 싶지 않다. 습관처럼 헨드폰 터치를 시작한다. 특별히 검색할 것이 없지만 유튜브 여기저기 눈가는대로 터치한다. 다음엔 블로그다. 새로 올라온 글에 하트도 눌러보며 성탄 인사 댓글도 남겨본다. 그러다 작년에 송구영신 말씀 뽑기 글이 올라와 있어, 급 '2023 송구영신 말씀 뽑기'가 궁금해진다. 그리고 블로그에 업로드까지 하는 내 모습은 내가 생각해도 블로그에 열심이다.
몇몇 지인들의 성탄 인사 문자를 비몽사몽 결에 받다가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그런데 아뿔싸 성탄절 아침 주일 1부 예배가 시작할 시간이 되어간다. 새벽잠을 설친 탓에 몸이 찌뿌둥하다. 눈길을 뚫고 교회까지 미끄러지지 않고 걸어갈 수는 있을까? 교회를 가지 않을 핑계를 머릿속으로 이리저리 굴려본다. 그래도 성탄절 아침 예배를 빠질 수는 없지 하며 눈길을 밟으며 교회로 향했다.
아이들의 캐럴 찬송도 없이 조용한 예배당 분위기가 지난 3년의 비대면의 공백을 느끼게 해 준다. 예배송으로 부르는 목사님의 느린 찬송가 소리가 장송곡처럼 들려온다." 노엘 노엘 이스라엘 왕이 나셨네" 예배 후 특송을 하시는 여자 집사님들이 맞추어 입은 옷도 모두 검은색이다. 상복이라도 입은 것인가? 성탄절 분위기를 내는 것은 예배를 마치고 나오자 외치며 나누어 주는 성탄 선물뿐이다.
"메리크리스마스"
이대로 뭔가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 성탄절에는 케이크가 있었지!' 베이커리에 들려 작은 케이크를 사고 눈길을 밟으며 조심조심 집으로 돌아왔다
"엄마 케이크 사 왔어"
"오늘 무슨 날이냐?"
" 예수님 생일이야......, 오늘 엄마 생일이고"
케이크를 보자 어린아이처럼 행복해지는 엄마의 얼굴에 이것이 성탄절 분위기지 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