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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약산진달래 Nov 14. 2022

당뇨가 이렇게 무서운 병일 줄이야

간호사들은 새벽 일찍부터 식전이면 당을 체크하러 왔고 식후 두 시간이 후면 또 혈당을 체크해 갔다. 당뇨환자에게 공복 혈당과 식후 혈당 조절이 중요하다고 한다.

바람직한 혈당 조절 목표는 식전, 식후 2시간, 당화 혈색소를 기준으로 한다. 혈당 정상치는 일반적으로 식전 혈당 80~130 mg/dL, 식후 2시간 혈당 180 mg/dL미만, 당화혈색소 6.5% 미만이다

당뇨환자들은 식후 두 시간까지  달달한 유혹을 잘 참아내다가 간호사들이 혈당을 체크하고 가면 그제야 달달한 것을 먹기 시작했다.


당뇨가 이렇게 무서운 병일 줄이야 상상이나 했었을까?

엄마의 수술을 위해 처음 입원하던 날 정형외과 병동에 자리가 없어 신경과 병동으로 입원을 했다. 그곳에서 같은 방을 쓴 환자 이야기이다. 늦은 오후 잠시 외출하고 집으로 돌아온 사이 베란다에 쓰러져 있던 아내를 119에 태워 입원을 한 남편이 있었다. 밤새 그 아줌마 환자는 몸부림을 쳤고 간호사 3명과 나와 환자의 남편이 붙어도 여자 환자 한 명을 이겨내지 못했다. 그런 아줌마는 진정제를 처방받고서야 잠시 조용해지는가 싶더니 선망으로 함께 방을 쓰던 나마저 그 밤을 꼬박 새우게 만들었다. 그런 환자에게 의사의 진단은 당뇨발 때문이라고 했다. 그 환자의 엄지발가락에 아주 작은 상처가 있었는데 점점 큰 상처로 번져갔더란다. 발가락을 좀먹어 가는 것 같더니 소독을 하면서 다시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 환자는 인슐린 처방을 받고서 신기하게 바로 좋아져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바로 퇴원을 했다.


당뇨의 무서움을 새삼 느끼게 된 것은 송 언니 때문이다. 송 언니를 처음 보았던 곳은 정형외과 병동 화장실 앞이었다. 휠체어를 타고 장애인 화장실 앞에 있던 언니는 엄마를 보자  차례를 양보해 주었다. 휠체어를 타고 있던 오른쪽  다리는 무슨 이유에서 인지 허벅지 부분에 붕대가 감겨있었다.


언니의 다리는 절단된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니의 얼굴은 검은 피부 톤에 비해  달덩이처럼 밝아 보였고.  미소는 아기 천사를 닮았다고 생각했다.  언니의 얼굴에서 잘려나간 다리고 시선이 머물던 나의 뇌리에 스쳐 지나가던 생각은  "한 다리를 잃었어도 이렇게 웃으며  살아갈 수 있구나"였다..


송 언니를 다시 만난 곳은 이인실에서 다인실로 옮긴 입원실이었다. 송 언니는 엄마가 옮긴 자리 바로 앞자리 침대에 누워 있었다. 언니의 잘려나간 오른쪽 다리는 붕대로 감겨있었고,  언니를 처음 보았을 때의 미소는 모두 사라지고  무표정한 얼굴에 어둠이 드리워 있어 보였다.


언니가 정형외과에 입원한 이유는 다리를 절단하기 위해서였다. 이미 절단된 오른쪽 다리인 줄 알았는데 그것이 아니라 지금 성한 왼쪽 다리를 절단한다는 것이다. " 교통사고를 당해 다리가 절단되었겠지"라고 혼자 지레짐작했었다. 그런데 그것이 아니었다.. 내가 성한 다리로 생각했던 왼쪽 다리 역시 붕대로 감싸져 있었다.


아저씨가 잠시 외출한 일이 있어 언니의 침대를 밀고 처치실에 갔을 때 언니의 발이 썩어 들어가는 왼쪽 발을  볼 수 있었다. 이미 엄지발가락은 사라진 생태였고 발등까지 검게 썩어 들어가 있었다.

당뇨로 인해 발이 썩어 갔기 때문에 오른쪽 다리를 몇 년 전 절단해야만 했고 왼쪽 다리도  썩어가고 있어서 이번에 그 다리를 치료하기 위해 병원에 입원한 것이었다.


언니의 다리가 절단된 이유는 바로 당뇨 때문이었다.


병실 문 입구에 앉아있던 언니는 밤이든 낮이든 언제나 불을 끄는 것을 싫어했다. 심지어 문을 닫는 것도 싫어했다. 이유는 너무 어둡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어두운 것을 싫어하는 분인가 보다 생각했다. 그러다 눈이 나쁜 것은 아닌가 의심해 보았다. 언니 눈의 시력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눈이 보이지 않게 된 원인 역시 당뇨 때문이었다.  당뇨의 문제는 발이 썩어 들어가는 것뿐만 아니라 눈도 보이지 않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언니는 투석을 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아침 밤도 제대로 먹지 않고 투석 실로 향한 언니는 점심시간이 지나고 오후가 되어서야 만신창이가 되어서 입원실로 돌아왔다. 온몸의 피를 새로 갈아 넣는 일을 이렇게 3일에 한 번씩 해야만 한다고 한다. 언니는 소변도 누지 않았다. 투석을 하면서 소변을 해결한다고 했다.


그런데 그것만이 아니었다. 언니가 대변을 보러 화장실에 간 것을 병실에 두 주 정도 있는 동안 나는 보지를 못했다. 그것은 같은 병실에 있던 모든 환자들과 보호자들의 말하지 못한 궁금증이었다. 밥을 잘 먹지 않아도 살은 쪘고 몸은 공처럼 부풀어 있었다.  사실 언니는  변비로 고생 중이었다. 관장을 해도 변을 볼 수 없었다. 그만큼 몸속에서 변들은 돌처럼 딱딱하게 굳어버린 것이었다. 아저씨가 손을 넣어 파내지 않는 한 언니는 변을 볼 수 없었던 것이다.


언니는 잘리지 않은 왼쪽 한 다리에 힘으로 휠체어를 타고 다녔다. 그런데 그 한 다리마저 절단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저 썩어있는 발등까지의 부분만 절단할 것으로 생각하며 입원을 한 것이 무릎 위 허벅지까지 절단해야만 한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아픈 상황에서도 긍정적이었던 언니는 밤새 말없이 펑펑 울었다. 나머지 다리를 절단하러 가던 아침 언니를 위해 잠시 기도를 해주었다. 수술 후 병실로 돌아온  언니는  기도해 줘서 고맙다는 말을 했다. 당뇨 발로 인해 두 다리를 모두 절단하고  절망했지만 여전히 화장실 입구에서 엄마에게 차례를 양보해 준  처음 본 그날처럼  천사 같은 말고 순수한 영혼이었다.



정형외과 병동 중환자실에 남자 환자가 옆자리로 들어왔다. 언니처럼 당뇨 발을 가지고 있었는지 한 다리를 절단했다. 눈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했고 언니와 마찬가지로 투석을 하고 있었다. 당뇨 합병증이 이렇게 무서울 줄이야! 엄마를  한 달 반을 병원에서 보내며 다양한 경험을 했지만 당뇨가 무섭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 시간이었다.




당뇨병이 없는 사람은 공복 혈당이 70~100 mg/dL, 식후 혈당이 140 mg/dL 이하 범위에서 혈당이 조절됩니다. 즉 당뇨병이 없는 사람은 혈당이 올라가면 췌장에서 인슐린이 분비되어 혈당을 낮추고 혈당이 내려가면 인슐린 분비가 억제되어 저혈당이 생기지 않습니다.

공복 혈당이 정상과 당뇨병의 중간인 100~125 mg/dL가 나오거나 경구당 부하검사 결과가 140~199 mg/dL가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각각 ‘공복 혈당 장애’와 ‘내당능 장애’라고 부릅니다.

두 경우를 합쳐 ‘당뇨병 전 단계 또는 전 당뇨병’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부르는 이유는 이러한 혈당을 보이는 경우에는 향후 당뇨병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당화혈색소가 5.7~6.4%인 경우도 당뇨병 전 단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데, 당화혈색소가 5.5~6%인 경우 향후 5년 이내에 당뇨병으로 진행할 확률은 9~25%이고, 당화혈색소가 6~6.5%인 경우 향후 5년 이내에 당뇨병으로 진행할 확률은 25~50%라고 합니다. 이는 당화혈색소 5%미만인 경우에 비해 20배나 높은 비율입니다.


당뇨병으로 진행될 가능성과 더불어 당뇨병 전 단계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이러한 당뇨병 전 단계에서 당뇨병의 미세혈관 합병증(당뇨병성 망막병증, 당뇨병성 신증 등)이나 심혈관 질환이 동반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당뇨병 전 단계는 비만(특히 내장비만)과 관련이 있고, 이상지질혈증, 고혈압과도 관련성이 높습니다.

당뇨병 전 단계에 해당되는 경우 식사조절, 운동 및 체중조절 등의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려는 노력만으로도 당뇨병이 생길 위험성을 60% 정도 줄일 수 있습니다. 당뇨병 전 단계에 해당되는 경우에는 생활습관을 개선하려는 노력과 더불어 정기적인 혈당검사를 통해 당뇨병으로의 진행여부를 점검해야 합니다.

서울아산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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