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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살 차이
by
약산진달래
Apr 12. 2023
6살 86살!
무려 80살 차이이다.
숫자만으로 현저한 차이가 난다. 무려 80년의 세월을 살아보았거나 아직 6년의 세월 밖에 살지 못했다.
키도 다르다. 86살의 키는 6살의 3배는 될 것이다.
몸무게도 다르다. 6살은 내가 가볍게 들어 올릴 수 있지만 86살은 혼자서 절대 들어 올릴 수 없다.
86살은 얼굴에 주름이 자글자글 하다. 그래서인지 가만히 있으면 표정이 너무 어둡다. 그러나 6살은 얼굴에 주름 하나 없이 팽팽하고 티 없이 맑다.
6살은 하루 종일 말을 한다. 가만있지를 못한다. 계속 새로운 장난감을 찾아내고 놀아야 한다. 그 놀이에 함께 나는 참여해 주어야만 한다. 그러나 86살은 말이 없다. 혼자서는 움직이지 못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한다. 내가 시켜야만 간신히 손을 움직일 뿐이다.
6살은 무엇이든 배우고 싶어 하지만 86살은 아는 것도 점점 잊혀간다
6살과 86살만 모든 면에서 현저하게 다르다.
"왕 할머니 먼저 드시라고 하자."
"내가 왕이야 내가 먼저야 "
"할머니 잘했어요.
"내가 잘했어 내가 "
" 할머니 여기 앉으세요"
"내가 여기 앉을 거야 "
아이는 할머니보다 언제나 자기가 먼저 하고 싶어 한다.
"잠잘 때 들려주는 5분 구연동화 옛날 옛날에~"
"시끄럽다!"
"하하 하하 호호호호 더 놀아줘!"
"그만해라!"
아이는 예쁜 것이 좋고 흉한 것은 싫어한다. 얼굴의 자글 자글 주름은 싫다. 냄새도 싫다. 그러나 할머니의 텔레비전은 사랑한다.
할머니에게서 가장 부러운 것은 앞에 붙은 '왕'자이다.
"내가 왕이야"
아이는 왕이 되고 싶다.
할머니는 아이가 재잘거리며 하루 종일 뛰어다니자 이웃에게 피해를 줄까 염려한다.
더 놀고 싶고. 책을 읽어달라는 아이는 잠잘 시간도 아니지만 불을 끄고 잠이나 자고 싶은 할머니의 심기를 건드린다.
그러나 이렇게 다른 6살과 86살도 똑같은 것이 있다.
밥을 먹을 때도 흘리고 먹는 것은 똑같다.
매운 것을 먹지 못하는 것이 똑같다.
반찬을 올려줘야 하는 것도 같다.
둘 다 변비다. 그래서 똥도 같은 날짜에 싼다.
글자를 모르는 것도 똑같다.
86살은 가족들이 아이에게 관심이 집중되는 것을 참지 못하고 하루 종일 재잘거리며 뛰어다니는 것을 참지 못한다.
6살은 무엇이든 할머니 먼저 해주는 것을 참지 못한다.
어쩌면 6살과 86살의 차이는 많지만 더 사랑받고 싶은 이기적인 마음만은 똑 같다.
이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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