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 참 뻔뻔하다. 누구네집 아이일까? 목줄이 있다는 것은 분명 집에서 기르던 개였다는 뜻인데 말이다. 올해 계속 우리 시골집 주변을 어슬렁 거리는 개 한 마리가 있다. 작년에는 보이지 않았던 강아지다.
예전 같으면 길개들이 시골집에 찾아오면 반갑게 밥도 주고 했었는데 이젠 쫓아내느라 바쁘다. 오늘도 하루종일 시골집 주변을 어슬렁 거리는 뻔뻔한 그놈과 계속 대치중이다. 그놈은 집안으로 들어오려고 하고 나는 절대 들여줄 수 없는 상황이다.
금요일 이슬비를 맞고 시골에 내려왔다. 개들이 모두 비를 맞고 있었다. 마루는 빨랫줄에 목줄이 묵여 있는 상태였다. 그러니까 돌아다니지 말아야지 한마디 따끔하게 해 주고 버릇을 고쳐주고 싶다. 다시는 집밖으로 나돌아 다니지 못하도록 말이다.
풀어줄까 말까 고민하다. 비를 쫄딱 맞고 있는 개들이 불상해 저녁에는 마루에서 아이들을 모두 재웠다.
처음 목줄을 하던 날 목줄을 한번 잡힌 이후로 나를 피하던 초코다. 그런데 지난번 며칠 집에 있었다고 나를 이제 기억하는지 적대시하던 꼬리를 내리고 흔들기 시작한다. 사실 하루 데리고 잔 막내는 눈치를 보며 슬슬 피하는데 말이다. 초코가 더 사람을 좋아한다. 몇 번 방 안으로 들어오려고 하길래 안돼했더니 말기도 알아듣는다. 사람손을 더 탄다면 분명 더 잘 알아듣을 것 같다. 마루에게 아는 척이라도 하려 하면 초코 녀석이 더 설레발이다. 그것도 다른 아이들이 가까이 올 수 없게 만든다.
저녁 내내 비가 내려서인지 세 마리 개들은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저녁 내내 시끄러운 녀석들 때문에 잠을 설치고 새벽에는 닭울음소리에 잠을 설쳤다.
새벽이 되어 아차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개밥을 살펴보니 밤새 집주위를 맴돌던 개 한 마리는 이때다 싶었는지 모조리 개밥을 먹어치우고 유유히 사라졌다. 닭고기가 섞인 개밥이 맛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어쩌면 고기가 섞인 개밥을 얻어먹을 수 있는 곳이어서 주위를 맴돌고 있는 것일지 모른다. 주인은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밖에 집에 나타나지 않으니 녀석이 이곳에 비비고 들어올 틈을 준셈이다.
아침에 되어서까지도 보슬보슬 비가 내렸다. 세 마리 개들을 밖으로 내보냈더니 마루가 마실 산책을 나가버렸다. 불러도 대답이 없다. 아랫동네를 다녀오고 나서는 뒷동네로 나간다. 이번에는 새끼들까지 따라나선다. 안 되겠다 싶어 "마루 이리 와"를 목 터지게 외쳤더니 앞산으로 나의 목소리가 튕겨갔다 메아리쳐 돌아왔다. "마루 이리 와~~ "보슬보슬 내리는 비에 젖은 "이리 와"소리는 마을의 허공에서 파장이 마을 전체로 일었다. 분명 녀석들은 돌아올 생각이 없다. 다행히 조심성 많은 막내가 돌아오자 설레발 대장이지만 아직은 용기가 부족한 초코도 돌아왔다. 그러나 마루는 돌아오지 않았다. 한참이 지난 후에서야 마루는 윗마을 쪽에 내려왔다. 나의 오라는 소리에 오고 싶지 않지만 이제 더 이상 가볼 마실 장소가 없는지 어거지로 내 손에 잡혀주었다.
"널 풀어주고 싶어도 목줄 신세다." 이후 마루는 계속 목줄이 묵여있다.
그래도 처음 보였던 우울한 얼굴은 아니다. 비에 쫄딱 젖어 더 애처로워 보였는지도 모른다. 서열도 설레발 초코에게 밀려났나 싶었는데 저녁에 밥을 주어보니 여전히 서열 1순위다. 마루의 목줄을 잡고 산책을 나가자 두 마리 새끼들도 따라왔다. 그러나 큰길에 들어서자 차가 다니는 것이 무서웠는지 새끼들은 밭으로 뛰어들어갔다. 안 되겠다 싶어서 마루와의 산책은 마무리되었다.
그 후 마루의 목줄을 잡고 집주위를 나가면 새끼들도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집주위를 맴돌던 그놈은 해 질 무렵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내 눈치만 보고 있다. 한 번은 불렀더니 자연스럽게 다가오더니 우리 집 강아지인 양 무리에 자연스럽게 섞인다. 안 되겠다 싶어 다시 가라고 했더니 도로에서 우리 집을 지켜보고 앉아있다. 집안에서 지켜보자니 마당 끝에 있다가 내가 아무 말이 없자 강아지들과 같이 놀고 있다. '너의 처지는 알겠지만 그래도 너를 받아줄 수 없단다. 속히 너의 집으로 돌아가렴.' 우리 집 강아지들과 섞이고 싶어 하는 녀석을 쫓아 보냈지만 분명 녀석은 저녁이 되면 슬며시 집안으로 들어올 것이다." 정말 뻔뻔한 놈이다. 널 어쩌란 말이냐! " 어쩌면 시골집에 사람이 없는 사이 녀석은 이 집을 제집인 양 지내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의구심까지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