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골집 마당을 지키는 강아지를 보면 동네 어르신들이 하시는 말씀이다. 애견인 단체에서 이 말을 듣는다면 난리 날 말이지만 시골에서 개들의 위치란 그저 집만 잘 지키면 된다. 개체수가 늘어나면 골칫덩어리로 전략한다. 어느 날 지나가는 차에서 "개 사요"라는 말이라도 확성기로 울려 퍼진다면 팔려가는 시골 개들의 운명은 생각하는 대로다.
나무 초코 마루
섬에서는 길개들이 골칫덩어리가 되었는지 유기견들을 포획하러 다니는 단체도 생겼다.
"유기견이 우리 집에 새끼를 낳았는데 이 강아지들 좀 데려가면 안 되나요?"
잘 모르는 내가 물으니 너무 작아서 안된다고 한다. 그 의미가 무엇인지 물어보진 못하고 혼자서 상상만 했다.
새끼 강아지들은 6개월이 되자 많이 커버렸다. 시골집 마당에 풀어놓은 강아지들은 마당을 넘어 동네 밭을 제 길삼아 마실을 다니기 시작한다. 아무리 작은 강아지더라도 다섯 마리가 몰려 다니면 동네 어르신들 눈에 띌 수밖에 없다. 더구나 지금은 봄이 아닌가? 밭을 갈고 씨앗을 뿌리고 있다. 이미 고추모종을 심고 비닐을 씌워놓은 곳도 있다.
시골집으로 들어온 마루를 마당에 그냥 있게 할 때는 마루가 새끼를 낳을 거라고 상상을 못 했다.
지난봄 시골집 마당으로 들어온 유기견 한 마리는 밥을 주기 시작하자. 마당을 지키는 강아지가 되었다. 주인이 버리고 갔는지 사람에게 사랑을 받으며 자란 것이 여실한 강아지는 우리 집 마루에 늘 앉아 있었다. 주말에 내려오는 차를 알아채고 반갑게 꼬리를 친다. 주말을 지내고 떠나면 서운한 눈망울을 드리우다 체념 한 듯 차뒤로 물러났다.
빈 집을 지키던 마루는 특유의 냄새로 수컷을 불러들였다. 시골집 마당으로 찾아오는 개들이 주인이 있는 개인지 마루처럼 길개들인지는 잘 모르겠다. 매일 시골집에 찾아오더니 잠시 마루랑 놀다 밥을 먹어치우고 유유히 사라진다. 그렇게 마루는 가을 새끼를 다섯 마리나 낳고 어미개가 되었다.
새끼 강아지들은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꼬물거리는 아이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만지기라도 한다면 행복지수 상승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3개월 안에 입양이 안되면... 그 뒤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골칫덩어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할머니 강아지 한 마리 입양하세요"
"뭐 할라고 귀찮게 개를 키워야"
"개 사료값을 어떻게 감당해야"
"뭐 하러 개를 키우냐 개장수에게 팔아버려라"
시골에 내려갈때면 별의별 이야기를 시골 할머니들에게 들으며 3개월이 될 때까지 단 한 마리밖에 입양을 보내지 못했다.엄마 강아지와 새끼 강아지 4마리는 시골집 마당에서 겨울을 났다.
추운 겨울을 무사히 지나고 스멀스멀 봄기운이 올라오자 다시 강아지들의 짝짓지 시절이 되어버렸다. 어디에서 오는지 모르지만 마을의 숯캐들은(주인이 버리고 간 유기견일 것이다.) 암캐가 있는 우리 집 마당으로 한 마리 두 마리 낮이나 밤이나 몰려오기 시작한다. 육아에 지쳐버린 엄마개도 아이들을 버리고 동네 여기저기로 마실을 나가기 시작한다.
6개월에 접어들자 새끼강아지들도 성견의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시골집 마당을 지키는 독수리 오 형제들을 그대로 두었다가는 시골집은 딱 개판 오 분 전이란 말이 맞을 것이다. 수소문 끝에 강아지 두 마리는 입양을 보내게 되었다. 동네 할아버지가 예쁘다며 데려간 막내는 밤이 되자 다시 집으로 돌아와 버렸다. 막내를 찾아다니던 할아버지 편에 돌려보냈는데 새벽이 되자 다시 시골집 마당으로 찾아왔다. 그리고 할아버지는 더 이상 막내를 찾으러 오지 않았다.
중성화 수술을 하러간 마루
마당개 중성화 지원 사업을 알게 되었고 중성화 수술을 서둘러야만 했다. 입양을 보냈지만 가까운 동네라 다시 돌아와 버린 암컷 막내와 엄마개 마루의 중성화 수술을 오늘로 무사히 마쳤다. 수캐 한 마리를 제외하고 암컷 두 마리는 엄마의 호적에 당당히 오른 것이다.
집으로 들어온 유기견 한 마리에게 밥을 주었을 뿐인데 시골집 마당개가 되었다. 그리고 중성화 사업을 통해 칩을 심게 되면서 당당히 우리 가족의 일원으로 입양이 된 것이다. 완도군에서 중성화 수술비를 전액 지원해 준다고 했다. 그런데 동물병원이라는 곳은 사람이 아플 때보다 동물들이 아플 때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만 한다. 지원된 수술비보다 검사료가 더 많이 나갔다. 수술비 덕에 비싼 몸값을 갖게 된 강아지들이다.
마루와 막내 나무
수술받은 아이들은 일주일 이상 보호아래 있다가 다시 시골집 마당으로 복귀를 했다.
"개가 풀어져서 밭으로 돌아다녀 "
"쥐덫이라도 놓을 까 생각 중이다"
시골 어르신들이 여전히 하시는 말씀이다.
안 쓰는 창고를 정리하고 넣어 두었던 아이들이 작은 구멍을 찾아서라도 뚫고 나와 밭으로 또 돌아다녔나 보다. 이제 밭을 갈고 씨를 뿌리고 고추모종을 준비하며 비닐하우스를 만들고 있는데 말이다.
주말에 내려가 낑낑대던 녀석을 풀어놓고 다시 묶어 놓고 올라오려니 마음 한편이 쓰라린다. 하지만 가족이 된다는 것은 책임감이 붙는 것이라 풀어놓았던 마루도 이제는 묶여 지내야 만 한다. 이름이 제대로 붙어있지 않던 새끼 두 마리도 제대로 이름을 지어 주었다. 초코와 나무이다. 시골집 마당에는 초코와 나무 그리고 마루가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