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 공주

by 약산진달래

오늘도 장바구니 가득 아이 옷을 담는다. 마음에 드는 옷 중 리뷰가 좋은 것을 선택해 구매를 누른다. 그리고 다시 더 예쁜 원피스가 없나 쇼핑몰 서치에 열을 올린다. 그러다 구매한 옷보다 더 마음에 드는 옷이 나타나면 이전 옷을 재빠르게 취소하고 새 옷을 구매한다. 이러다 보니 벌써 구매 취소를 누른 옷이 여섯 벌이다. 물론 구매한 옷도 세벌이나 된다.


아이는 가지고 온 옷 중 한 벌의 원피스에 꽂혔는지 그 옷만 입으려고 한다. 다른 예쁜 원피스들도 많지만 몸에 까슬한 실밥이 조금만 달라붙거나 끈이 불편한 옷은 입으려 하지 않는다. 바지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좋아하는 옷이 분명해서 다른 옷을 입혀보려고 어르고 달래도 도통 통하지 않는다. 입어보기는 해 주지만 마음에 안 든다며 자신이 좋아하는 옷으로 바꿔 입는다.


"왜 왕 할머니만 예쁜 옷을 입어?"

증조할머니에게 꽃무늬 옷을 입혀드렸더니 그 옷이 마음에 들었는지 자신도 예쁜 옷이 입고 싶다고 아이는 말했다. 이곳에 올 때만 해도 공주라고 불러주니 자신은 공주가 아니라 왕자님이라고 불러 달라고 했는데 이제는 공주님이 될 거라고 말을 한다. 물건을 살 때도 공주의 상징 핑크색을 선호한다.


며칠 전 아이의 분홍색 여름 잠옷을 한 벌 샀다. 상의에 예쁜 공주의 얼굴이 크게 그려진 옷이다. 아이는 택배 상자에게 옷을 뜯자마자 " 이 옷 맘에 들어"라며 당장 옷을 입고 내일도 입고 어린이집에 가겠다고 말한다. 실외복이 아닌 실내복이라고 이야기를 해도 한동안 막무가내였다. 옷을 빨아야 한다는 이유로 간신히 아이의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릴 수 있었다.


택배가 왔다. 아이의 새 옷이 도착했다. 화사한 두벌의 원피스가 여자아이들을 살랄라 공주로 만들어 줄 것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부풀었다. 꽃무늬가 있으니 분명 아이도 좋아하겠지라는 나의 이런 기대와 달리 새 옷에 아이는 시큰둥했다. 옷을 입어보더니 "불편해"를 외치며 당장 벗어버렸다. 내가 선택한 옷 두 벌 다 아이의 마음에는 들지 않았다. 화려한 원피스를 입고 유치원에 가는 동네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아이에게도 화사한 여름 원피스를 입혀주고 싶었는데 실패다. 두벌의 옷은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반품을 했다. 주문을 한 옷 중 아직 한 벌의 원피스가 도착하지 않았다. "아이가 이 옷 맘에 들어" 하며 직접 선택한 옷이다. 분홍색 원피스에 가운데 반짝이가 달려 있는 옷이다.


이제 아이는 핑크공주로 변해가고 있다. 예민 보스 여자아이로 성장하고 있다. 머리를 묶고 분홍색 반짝이 머리핀을 꼽아주었다. "나 예뻐 나 공주님 같지 " 아이는 자신의 모습을 거울로 확인한다." 선생님이 나 예쁘다고 하겠지 "를 물으며 선교원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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