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부터 물총과 수영복을 준비해야 한다며 호들갑을 떨면서 오늘만을 기다렸다. 그런데 오뉴월 감기라니....
잘 자고 일어난 아이의 콧구멍에 고여있는 것이 보였다. 감기에 걸리면은 안되는데 생각하고 아이의 코를 풀었다. 그런데 누런 코가 휴지에 묻어 나왔다. 밤사이 아이는 감기에 걸린 것이다.
어린이집이나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은 감기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미술 학원에 다니는 또래 아이도 감기에 걸려 며칠 나오지 못했다. 비가 며칠 동안 계속 내리다 보니 더웠다 습했다 하는 날씨에 어린 몸이 적응하지 못했나? 밤 기온이 내려갔는데도 이불을 덮지 않고 자서 일까? 어쩌면 어제 목욕을 하고 머리를 말려주지 않아서 일지도 모른다. 갑자기 아이가 감기에 걸린 이유를 이리저리 생각해 보았다.
오늘은 선교원에 도시락을 준비해 가야 하기 때문에 쉬운 김밥 재료는 준비해 놓았다. 젊은 아기 엄마들은 아이들 도시락을 어떤 모습으로 싸줄지 잠시 생각해 보았다. 과거의 엄마들이라면 모를까 요즘 엄마들은 어쩌면 가장 단순한 김밥이나 초밥을 쌀 것이다. 물론 아이의 먹거리에 보이는 부분을 더 신경을 쓰는 엄마들도 있다. 예쁜 캐릭터 모양의 도시락을 싸 올 수도 있다. 나로서는 절대 흉내 낼 수 없는 재주이다.
아이의 도시락으로 가장 안전한 김밥을 말기로 했다. 도대체 몇십 년 만인 지 김밥을 어떻게 싸야 하는지 재료는 무엇인지도 생각나지 않았다. 얻어들은 방법으로 소금으로 밥의 강의하고 참기름을 치고 비볐다. 마트에서 사 온 단무지 연근 햄의 김밥 재료를 넣고 김밥을 말았는데 무언가 부족했다. 계란이 빠진 것을 깨닫고 계란을 부쳤다. 거기에 오이도 첨가해 보았다. 다행히 내 입맛에는 좋았다. 김밥을 마는 기술이 부족해 헐렁한 김밥이 되었지만 빨강 노랑 초록 하양으로 봐줄 만도 했다. 아이의 도시락에 말아놓은 김밥을 총총 담고 초밥도 두 개 넣었다. 자두와 귤을 반찬 담는 곳에 채워놓고 견과류를 넣고 도시락 뚜껑을 닫았다. 음료수도 하나 가방에 담아 주니 어려운 도시락은 준비되었다.
급한 대로 약국에서 어린이 콧물 약과 종합 감기약을 사 왔다. 열도 기침도 없어서 약을 먹이면 콧물이 멈출 것만 같았다. 콧물약을 먹였지만 아이의 콧물은 계속 콧속에서 재생산되어 콧구멍을 채우고 코를 풀면 누런 코가 나왔다. 이쯤 되니 아이가 그토록 고대하던 선교원을 보내야 하는지 고민이 됐다.
선생님께 콧물이 난다는 문자를 보냈다. 선생님은 등원하지 말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아이가 오늘을 기다렸을 텐데 아직 등원시간이 남았으니 지켜보고 전화 주세요."
감기에 걸린 채로 오늘 물놀이를 한다면 더 심하게 걸리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됐다. 아이에게 감기가 심하면 선교원에 갈 수 없다고 하니 가고 싶다며 울먹였다. 잠시 망설이다 일단 아이를 선교원에 보내는 것으로 결정을 했다. 기왕 감기에 걸린 거 며칠 동안 조심해야 할 텐데 오늘이라도 재미있게 노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다. 요 며칠 마스크를 쓰지 않고 목에만 걸고 다녔는데 오늘은 마스크를 꼭 써야 한다는 당부도 했다.
아이의 하원 시간을 기다렸다. 감기가 더 심해진 것은 아닌지, 마스크를 쓰지 않고 다녀 다른 아이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사실 감기에 걸린 아이를 선교원에 보내며 다른 아이에게 감기를 옮기는 것이 가장 큰 걱정이었다. 차에서 내린 아이의 얼굴엔 머스크가 써져 있었다.
"재미있게 잘 놀았어요. 챙겨주신 약도 먹였어요. 그런데 콧물이 누래요. 주말 동안 지켜보셔야 할 거예요"
선생님은 말을 하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집에 돌아온 아이는 졸리다며 바로 잠이 들었다. 너무 재미있게 잘 놀아서일까? 감기가 더 심해진 것은 아닐까? 괜히 비 오는 날 물놀이를 하는 데 감기에 걸린 아이를 보낸 것은 아닌지 후회가 됐다. 혹시 더 심하게 감기에 걸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밀려왔다. 복잡한 마음에 아이의 이마에 손을 짚어보았다. 다행히 열은 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