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인지 유독 치마를 입고 싶어 하는 나이가 되었다. 그것도 분홍에 꽂혔다. 잠잘 때도 선교원에 갈 때도 분홍 옷을 하루 종일 입고 싶어 한다. 맘에 들은 옷이 있으면 그 옷을 갈아입지 않고 계속 입고 있다. 옷을 벗기려 하면 짜증을 내고 한참을 실랑이가 벌어져진다. 그리고 나중에는 큰 소리를 내야만 옷을 갈아입힐 수 있게 된다.
선교원에 데려다주어야 할 시간은 다가오는데 아이는 자신이 입고 싶은 옷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 상의를 여러 벌 꺼내놓고 아이에게 고르라고 했다. 아이는 하얀색 옷에 팔에 레이스가 달린 티를 골랐다.
날이 흐린 것을 감안 편안 긴 바지 5벌을 아이 앞에 펼쳐놓고 고르게 했다. 아이는 입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중에서 하나를 골라야만 했기에 꽃무늬가 있는 고쟁이 바지를 골랐다. 입고 싶지 않은 아이는 이리저리 꼼지락거렸고 나는 아이에게 옷을 강제로 입혔다.
"이거 입기 싫어 불편해"
바지 하단의 고무줄이 발목을 조였는지 아이는 짜증을 냈고 바로 옷을 벗어버렸다.
'그럼 이거 입자"
내가 보기에 편해 보이는 옷을 아이에게 권했다.
"싫어 다른 거 입으면 안 돼"
"언니들은 치마 입고 와"
"언니들 치마 입고 오면 말해?"
"어떻게 말해! 이미 입고 와 버렸는데"
아이는 선교원 언니들만 치마를 입고 올지 신경이 쓰이는지 내가 옷을 입히는 사이에도 순순히 다리를 바짓가랑이에게 내주지 않았다.
아이에게 버럭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너 이렇게 하면 할머니 힘들어"
"내가 더 힘들어 "
아이는 내 목소리만큼 큰 소리로 나에게 맞대응했다.
입혀진 체크무늬 고쟁이 바지를 허벅지까지 끌어올리더니 얼굴을 찌푸리고 온몸을 비비 틀며 신경질까지 낸다.
"불편해 어떻게 입어. 불편하단 말이야"
"그럼 검정 바지 입을래?"
어쩔 수 없이 아이가 자주 입는 시원한 검정 통바지를 건네어야만 했다.
다행히 아이는 순순히 옷을 입었다.
자신이 고른 바지를 입고 난 후 상의에 여전히 미련이 남는지 아이가 말했다.
"나 분홍색 미키마우스 입고 가면 안 돼?"
옷을 다 입은 아이의 모습을 보니 흰색 상의가 치렁치렁 어깨선을 넘어 있었다. 아이보다 큰 옷이었다. 이번에도 아이의 선택을 따라 줄 수밖에 없었다. 입고 싶은 분홍치마는 아니지만 자신이 선택한 옷을 입고 다행히 기분 좋게 가방을 메고 집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