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이 있다

by 약산진달래

내일에 대한 희망이 없다면 우리 삶은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아이 엄마가 퇴원을 했다. 아이의 부모가 서울 병원에서 아이 엄마의 간이식 수술을 결정하고 올라간 지 벌써 한 달이 되었다. 한동안 엄마 보고 싶다고 울어대던 아이는 엄마가 수술을 하고 회복하는 동안 엄마 아빠가 보고 싶다고는 했지만 울지 않았다.


아이엄마의 수술을 위해 부모가 서울 큰 병원으로 가기 한 달 전 즈음 아이 엄마의 병문안을 갔을 때였다. 아이는 엄마의 모습이 낯설었는지 힐끔힐끔 엄마 얼굴을 쳐다보았다. 안아보고 싶어 하는 엄마에게서 살짝 몸을 피했다. 그리고 아빠 품에 안겨 엄마를 돌아다볼 뿐이었다. 엄마의 상태가 보기에도 많이 아파 보인다는 것을 모습이 변한 것을 한눈에 알았다. 아이는 엄마가 많이 아파 자신을 제대로 케어해 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엄마에게 온전히 가까이 가지 못했던 아이였지만 그래도 병원에서 아빠와 환자복을 입은 엄마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보며 밥을 먹었다.


서울 큰 병원에서 수술하기 전 날 엄마와 영상통화를 하는 아이의 눈에 이모가 환자복을 입고 있는 것이 들어왔다. 아이는 이모가 왜 병원에 입원했냐고 물어왔다. 이모가 엄마를 도와주기 위해 왔다고 얼버무리고 말았지만 수술이 잘 끝났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에서 아이에게 엄마가 수술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엄마의 간이 아프다는 것을 아이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수술한다는 이야기를 아직 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모가 엄마에게 간을 나누어 주는 거야. 엄마 건강해지라고"

아이 엄마와 이모가 잘 회복되기를 아이와 함께 기도하며 하루하루 보냈다. 다행히 아이 엄마의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간을 공여해 준 이모도 별 탈 없이 퇴원을 했다.

엄마의 수술 후 사진을 보여주자 아이는 엄마 얼굴을 외면했다.

"저리 치워"

몸에 산소호흡기며 콧줄이며 이것저것 끼워져 있던 엄마의 모습이 아이가 보기에 공포스럽게 느껴졌으리라. 좀 더 건강해진 아이엄마는 아이와 영상통화를 시도했지만 아직 엄마의 모습은 받아들이기 힘들었는지 영상통화를 거부했다.


어느 정도 회복이 되자 아이 엄마는 아이에게 곧 집에 데려갈 거라는 약속을 했다. 그날부터 아이는 자신의 짐을 하나씩 싸기 시작했다.

"할머니 나 이거 집에 가져갈 거야"

"지금 집에 가는 거 아니야 좀 더 기다려야 돼 "

"그래도 지금부터 집에 갈 준비를 해야지"

아직 엄마가 회복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이야기했지만 아이는 지금이라도 당장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짐들을 챙기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목요일 퇴원을 한 아이 엄마는 아이 아빠와 함께 집으로 내려가기는 도중 아이를 보러 집에 들렀다. 아이가 부모의 얼굴을 보지 못한 지 한 달 만이었다. 조금씩 예전의 모습을 되찾기 시작한 엄마를 보며 아이는 살짝 어색해했다. 그러나 지난번 보다 친근하게 엄마품에 안겼다.

엄마 아빠가 잠깐 얼굴만 보여주고 자기만 남겨놓고 가려고 하자 아이는 서럽게 울었다. 엄마 아빠와 헤어지는 것이 힘들었나 보다. 아이를 놓고 가는 부모의 마음은 또 어떠하랴?

부모가 다녀가고 아이에게 왜 울었는지 물어보았다.

"왜 울었어?"

"할머니가 엄마 아빠가 가라고 했잖아 조금밖에 못 봤단 말이야"

아이 엄마가 서울에서 광주로 내려오는 긴 여정으로 인해 피곤할 것 같아 빨리 내려가라고 한 것인데 아이의 마음까지는 헤아리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다.


주말이 되어 시골 할아버지 집에 다니러 간 아이는 엄마 아빠의 부름을 받고 거의 네 달 만에 자신의 집으로 갔다.

엄마 아빠와 함께 그토록 가고 싶었던 집으로 잠시 지만 돌아간 것이다. 아이는 집에 있는 내내 방방 뛰었다고 한다. 소파에서도 거실에서도 침대에서도.. 아직 아이를 돌볼 만큼 회복되지 못한 아이 엄마는 에너지 넘치는 아이를 돌보는 것이 힘에 부쳤다. 그러나 그것마저 행복해했다. 아이는 부모가 데려다주겠다던 날짜를 다 채우지 못하고 다시 광주로 오게 되었다.


엄마 아빠와 함께 우리 집으로 들어오는 아이의 얼굴은 환하기 그지없었다. 아이는 공주 옷을 입고 공주 인형을 들고 있었다. 아이뒤를 따라오는 부모의 두 손에는 아이의 선물로 가득했다. 다시 엄마 아빠와 헤어져야 했지만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아는지 아이는 집에서 가져온 인형과 엄마 아빠가 사준 선물들을 가지고 즐겁게 놀고 있다. 감사한 날이다.


아이 엄마가 건강해 지기를 기도하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지난 7개월을 보냈다. 긴 어둠의 터널을 지나고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희망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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