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불어오던 날

by 약산진달래

뉴스를 보지 않고 산다.

돌아가는 세상 사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오늘도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우리나라를 향해 큰 큰 태풍이 몰려오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블로그 이웃의 글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오후 하원하는 차에서 내린 아이는 나의 손을 잡더니 뜬금없이 태풍 이야기를 꺼냈다.

"할머니 우리나라에 태풍이 불어오고 있대"

"그렇구나 그걸 어떻게 알았어?"

아직 어린데 대견하다 싶어 아이에게 질문을 했다.

"선생님이 알려주셨어"

아이의 대답을 짐작건대 이야기 나누기 시간에 선생님이 태풍에 대해 알려주신 것으로 보였다.


아이의 도시락을 씻기 위해 가방을 열어보자 안내문 한 장이 있었다. 태풍에 대한 질문지였다.

태풍의 이름을 알아보고 이번 태풍이 어느 나라에서 이름을 지었는지 알아오라는 내용이었다. 아이 덕분에 이번 태풍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다. 6호 태풍의 이름은 카눈이다. 웨이더를 통해 알아본 결과 카눈은 그 위력이 강했으며, 한반도의 중심을 가로질러 북한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태풍의 경로를 보니 광주는 직접적인 영향이 없었다. 그러나 날씨는 예보대로 움직이지 않기도 한다. 카눈의 이름을 지은 나라는 태국이다. 태국 열대과일 명이라고 한다. 아이 덕분에 태풍이름에 대한 공부를 하게 되었다.


밤사이 아파트에서 문단속을 잘하라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코로나 이후 재난문자 소리에 뜨끔 놀랄 때가 많아 해제를 해두었는데 다시 재난문자 소식도 받기로 재설정했다. 교육청에서 아이들 등원을 자제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는지 아이가 다니는 선교원에서 문자가 왔다. 태풍으로 인해 차량 운행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집에서 아이를 돌봐주되 긴급 보육이 필요할 경우 자차로 등원해 달라는 요청도 있었다. 얼마나 태풍의 기세가 강하길래 광주를 관통하지 않는다는 예보에도 이렇게 까지 하나 싶었다. 나름 태풍의 강세가 염려됐다.


새벽 6시 세찬 바람을 동반하나 문을 열었지만 잠잠히 비만 내렸다. 아이 등원을 어찌할까 고민이 됐다. 그 고민은 9시까지 계속되었다. 아파트 앞뒤 문을 열어놓고 바람의 강도를 체크하기 시작했다. 경비 아저씨가 복도 창문을 다 닫아놓았는데 우리 집 앞 복도 창문은 내가 열어 두었다. 9시 무렵 바람이 세차가 불기 시작했다.

선교원을 가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쉬운지 아이는 내게 물어왔다.

"아쉽다. 친구들은?"

아이의 마음을 읽고 가방을 메고 집 문을 나서는데 바람 소리가 예상치 않았다. 엘리베이터 앞까지 가기 전에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지난 바람에 비해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졌지만 운전을 하고 나설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오늘은 안 되겠다. 집에서 쉬자.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

아이의 서운했던 마음은 애니를 보여 주니 금세 선교원에 안 가겠다로 변했다.

그런데 만화를 그만 보라고 하자 "나 뭐 해 심심해"를 외치며 짜증을 내려했다. 덕분에 하루 종일 아이와 그리기, 물감놀이, 종이접기 등 심심하지 않게 놀아주어야만 했다. 선생님들에게는 외부에서는 '태풍이 불어도 내부는 잠잠한 날이겠구나' 생각이 든다. 많은 일정은 아니지만 나를 위한 계획은 모두 취소되었다. 예정에 없던 하루를 아이를 위해 놀아주어야 만 하는 날이 나에게는 태풍 같은 날이구나!


다행히 바깥의 바람은 오후가 되자 잠잠해졌다. 모처럼 비바람으로 무더위가 사라진 날 문을 열어 놓았더니 옆집 아이 소리가 들려온다. 중학생인데 우리 아이처럼 학교에 가지 않았나 보다. 부모가 모두 출근하고 혼자 집에 있서인지 컴퓨터 게임 소리며, 친구와 통화하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광주는 바람도 많이 불지 않은데 말이야...."

너도 내 맘 같구나..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이 또한 지나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