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에 따라온 아이옆에 앉아 있었더니 아이가 내 등을 작은 손으로 다독 거리며 말했다. 집 앞에 있는 미술학원이 끝나는 시간 아이를 데리러 잠시 다녀온 사이 사건이 일어나고 말았다.
"엄마 나왔어"
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섰을 때부터 사안 기운이 감돌았다. 아이 엄마와 영상통화를 하다 핸드폰을 그대로 꺼버렸다. 엄마가 침대아래서 한 발은 쭉 뻗고 한 발을 무릎 꿇고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무릎 꿇고 앉아 있는 다리가 구부려지지 않는 다리라는 것이다.
내려오지 말라고 그렇게 당부를 했건만 엄마의 생각주머니는 더 이상 다른 사람의 말을 오래 담아두지 못하게 되었다.
그저 자신의 순간의 생각에 이끄는 대로 걸을 수 없는 다리로 움직이고 싶으셨던 것이다.
" 왜 내려왔어? 내려오지 말랬잖아"
언젠가 이런 일이 생길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정말 이런 일이 또 생길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엄마는 침대는 높았고 침대난관도 끼워 놓지 않았다. 또 부주의로 인해 사고를 부른 것이다.
한 시간 정도 외출 시에 가끔 내려와 침대옆의 간이소변통에서 소변을 보시고 올라가기는 일이 한두 번 있었다. 가끔 외출하고 돌아오면 소변통에 앉아계시는 것을 발견하기도 하고, 바지를 다 올리지 못한 채 침대에 올라가 있는 것을 보기도 하고, 한 다리를 올리지 못한 채 있기도 했다. 이런 상황이 연출되는 것은 거의 한 시간 정도를 외출 시에 생긴 일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10분도 안된 시간 안에 벌어진 일인 것이다.
"아이고아이고"
엄마는 자신의 가슴을 두드리며, 흐느끼고 후회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구부려진 다리를 펴드리자 엄마는 몹시 아파했다. 일어설 수 있겠느냐는 나의 물음에 엄마는 일어서보겠다고 했지만 엄마는 일어서려는 시도조차 할 수 없었다. 무언가 큰일이 생긴 것이다. 구부리지 못한 무릎에 이상이라도 생긴 것은 아닐까? 인공 고관절에 무슨 문제라도 생긴 것은 아닐까? 119를 불렀다. 가까운 병원 응급실로 엄마를 모셨다.
"왜? 어쩌다!"
엄마와 나의 상황을 잘 아시는 의사 선생님은 엄마를 보며 안타까워하셨다. 엑스레이를 찍은 결과 걱정했던 고관절이나 무릎에는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무릎아래 정강이 부분이 부러져 있었다. 다리에 힘을 주지 못하고 무릎을 구부리게 되면서 허벅지 부분까지 뼈대신 넣어진 인공관절이 아래쪽 다리뼈를 부러뜨린 것 같다.
"뼈가 붙으려면 몇 개월 걸릴까요?"
빨리 움직이려면 철심을 심어야 하고 깁스를 하면 3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잠시의 고민도 없이 깁스를 선택했다. 움직이지 못하는 엄마의 상황을 아셔서인지 다리 처치를 하신 의사 선생님은 집으로 돌아갈 것인지 입원을 할 것인지 물어오셨다.
아이 때문에 잠시 고민을 했다. 아이는 다른 집에 일단 맡기기로 하고 깁스를 하기까지 입원을 결정했다. 다시 병원생활을 하게 된 것이다. 그것도 갑자기 아이까지 돌보고 있는 상황에서 말이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
라는 속담이 생각이 난다. 24시간 엄마를 혼자서 돌본다는 것은 사실 무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시간을 엄마를 위해 모두사용하고 있다. 그런데도 잠시 빈틈을 타고 사고는 생겼다.
힘없는 다리, 정신없는 생각, 그러나 아직도 무언가를 할 수 있다고 자동으로 움직이는 엄마의 몸...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만 더 신경 썼더라면 사고가 나지 않을 수도 있었는데 하며 자신을 자책해 본다. 그러나 이미 벌어진 일이다. 하루하루 시간이 어서 흘러가기를 바랄 뿐이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처럼 말이다.
이 모든 상황을 아이는 지켜보고 있었다. 엄마가 아픈 관계로 이런 상황을 여러 번 겪었는지 침착하게 아이는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