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에 빠진 아이

by 약산진달래

유아에게 몇 시간까지 텔레비전 시청을 허용해야 하는 것일까?

우리 집에 맡겨질 당시만 해도 아직 미디어에 노출되지 않았던 아이다. 아이 아버지는 아이가 책을 좋아한다며 무거운 책을 잔뜩 싸들고 왔고 아이는 책을 읽어달라고 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책을 읽어달라는 말은 잠자리 동화 시간 이외에는 하지 않는다. 그리고" 심심해" 아니면 "나 이제 뭐 해"라는 말로 텔레비전을 보고 싶다는 말을 대신한다. 책을 좋아하던 아이는 이제 미디어라는 신세계를 알아버린 것이다.

지난 3개월 사이 한 시간을 보던 텔레비전이 이젠 두 시간이 넘어섰다. 그만 보자 하면 텔레비전 앞에서 자리를 뜰 줄 알았던 아이가 "하나만 더"로 계속 연장 시청을 요구한다. 그렇데 한번 허용하면 "하나만 더"로 시간이 쭉 흘러가버린다.

6살이지만 아직 한글과 숫자를 떼지 못한 아이에게 처음 한글과 숫자를 가르칠 때는 한 장으로 만 학습지를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장도 거뜬히 즐겁게 해냈었다. 그만큼 집중력을 보였다. 그런데 지금은 한 페이지를 하는데도 집중력이 흐려지고 있다.

요즘 아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핸드폰을 터치할 줄 안다. 그래서인지 태블릿피시로 자신이 봐야 할 애니메이션을 찾아내고 클릭 한 번으로 관심 있는 애니를 시청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책으로 하는 학습에는 지루해하던 것이 영상을 통한 학습에는 관심을 보인다. 스스로 터치해 가며 게임처럼 영상 속으로 빠져들어간다. 그리고 하루 분량의 시간이 정해져 있는 것에 아쉬워한다.

아이는 듣는 동화보다는 보는 동화를 더 선호한다. 그래서인지 듣는 동화를 틀어놓아도 광고만 보이는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동화를 듣는다.

나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만화를 방송하는 시간에만 텔레비전을 볼 수 있었기 때문에 그 시간을 기다려 텔레비전을 시청했다. 그런데 지금은 유선방송의 발달로 만화만 하루 종일 방송을 하는 채널이 있다. 만화를 계속 방송을 하는데도 중간의 광고 시간을 기다리지 못한다. 다른 애니메이션으로 채널을 돌려달라고 성화다. 그래서인지 광고 없이 끝없이 재생되는 넷플릭스의 애니 채널을 더 선호한다. 그러다 보면 시청 시간이 더 길어진다.

어제는 갑자기 "공태경 씨"라는 이름을 불러 깜짝 놀랐다. tv 주말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 역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주말에 친할머니 집에서 지내면서 주말드라마를 함께 시청한 모양이다. 스스로도 자신이 보아서는 안될 드라마라는 것을 알고 있는지 "아이들이 보면 안 되는데"라는 말을 했다.

그런 아이의 소꿉놀이를 보면 놀라움의 연속이다. 티브이 속에 나오는 캐릭터를 미니어처 인형으로 혼자서도 일인 다역을 하며 놀 줄 안다. 아이가 만들어낸 이야기에 경의로움을 느낀다.

검색이라는 단어를 알게 된 후로 장난감으로 무언가를 "검색해"라고 하며 놀던 아이가 이제 핸드폰으로 자신이 찾는 만화 주인공 인물을 검색해 달라고 한다.

미디어를 통해 아이들은 어른보다 더 빨리 전자기기를 다루는 방법을 터득하고 언어능력이 확장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끝이 없이 재생되는 세계를 경험한 아이들은 참을성 이 없어지는 것은 분명하다.

"시골 언제가?"
시골에 다녀온 지 이틀밖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아이는 텔레비전을 무한정으로 허용해 주는 시골에 가고 싶다.
친할머니와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마음껏 보다가 그만 보라고 하면 떼를 쓴다. 마음 약한 할머니는 텔레비전을 보여줄 수밖에 없다. 할머니가 허용한 tv시청 연장시간이 만료되면 더 보겠다고 떼를 쓰다가 안되면 할아버지에게 쪼르르 달려간다. 그러면 할아버지가 안방에서 텔레비전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텔레비전 언제 봐?"
오늘도 아침부터 텔레비전이 보고 싶다며 나에게 압박 같은 짜증을 내는 아이를 상대하며 어떻게 해야 좋을지 고민이다. 아이가 애니메이션을 보기 위해 짜증 내지 않고 적절한 선 안에서 아이의 시청 시간을 정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 방법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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