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가 한풀 꺾였다. 아직 집안의 에어컨은 여전히 하루 종일 돌아가지만 온도가 차츰 높아져간다. 한낮의 매미소리가 바람 소리와 어우러져 시원하게 들려온다. 이제 곧 무더웠던 여름은 언제 그렇게 뜨거웠냐는 듯 아스라이 지나가고.. 선선한 가을이 우리 곁으로 다가오겠지. 그날을 기다린다.
뇌경색으로 편마비가 된 엄마는 깁스를 하고 누워있는지 한 달째이다. 시간이 멈춘듯하더니 하루 이틀 이 생활도 익숙해져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두 달을 다리에 깁스를 하고 침대에서만 누워서 생활해야 한다. 시간이 더 빨리 지나가기를 뜨거운 열기에 사그라들어버린 가을바람에게 부탁해 보지만, 아직은 작은 미풍마저 콘크리트 속으로 태워버리는 저 태양이 야속할 뿐이다.
아이는 무더웠던 날들을 보내고 가을바람과 함께 부모 곁으로 돌아갈 것이다. 아이도 그날을 기다린다.
이제 그렇게 고대하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아이도 알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 혼자 인형들을 가지고 놀던 아이가 갑자기 물어왔다. 선교원에 다니기 전 잠시 다녔던 피아노 학원 생각이 났나 보다.
"할머니 피아노 학원은?"
"할머니 돈 없어서 피아노 학원 못 보내 주는데"
"아쉽다."
"왜? 피아노 학원 가고 싶어?"
"집에 가면 피아노 학원 못 가잖아"
"그렇구나 피아노 학원이 없구나"
"미술학원도 못 가~"
좀 더 멀리 나가면 피아노 학원이나 미술학원이 있을 텐데 자신의 집 가까이에 피아노 학원이나 미술학원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집에 가는 것을 기다리지만 도시 문명의 혜택을 벌써부터 아쉬워한다.
아쉬워하는 아이에게 한글 공부를 더 열심히 하라고 한마디 거들어 본다.
"피아노 학원은 한글 다 떼고 오래"
" 한글 못 떼면 못 가?"
'그렇지는 않은데 한글 떼고 가면 더 피아노 배우기가 쉽대"
"에이 심심하잖아"
아직 한글을 다 못 뗀 아이는 아쉬운 마음을 내 비췬다. 아이는 피아노를 배우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니었다. 아이는 그저 혼자 노는 것이 심심할 뿐이다.
가을을 기다린다. 그날이 오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계절에 순응하며 살고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