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몸짓을 한 그네가 한대 하늘로 날아오른다. 무더위를 모두 날려버릴 듯, 바람을 휘몰아올 듯, 하늘로 오를 듯 땅으로 꺼질 듯 시원한 몸 사위 중이다. 여학생이 타던 그네가 멈추자 우산이 나타났다. 갓길을 따라 우산은 총총총 움직인다. 아줌마 한 분이 놀이터에서 걷고 있는 중이었다. 한여름 무더위에 아이들이 찾지 않는 놀이터가 한창 인기몰이 중이다. 바로 맨발걷기 열풍 때문이다.
새벽에 문을 열고 보니 아줌마 두 분이 놀이터를 걷고 있었다. 그 옆으로 할머니 한 분이 보행 워커를 밀고 놀이터 가장자리를 걷는다. 모래밭의 길을 누가 길을 만들었나 했더니 그 의문이 풀리는 순간이다.
손주를 돌보던 할머니가 손주와 함께 오전에 놀이터네 나오셨다. 해가 가려진 구름 낀 날 아이는 모래밭에 털썩 주저앉아 모래놀이 삼매경이다. 할머니는 무얼 하나 보았더니 신발을 벗고 맨발걷기를 하셨다. 그 후로 친구분을 불러들이더니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손주를 보며 친구와 놀이터를 뱅뱅뱅뱅 돌고 있었다.
오후 세시반 미술 학원에 아이를 데려다주고 오는 길 놀이터에는 세탁소 아줌마도 맨발걷기 중이다. 나도 신발을 벗고 맨발걷기에 나섰다. 한참을 걷던 아줌마가 가시려나 보다 했더니 내 곁으로 다가와 걷기 시작했다. 서로 짧은 인사를 나누었다. 나 또한 산책을 나서기 힘들어 얼마 전부터 시간이 나면 놀이터에서 맨발걷기를 하고 있는 중이다.
"바로 앞이라 걸으러 나왔어요. 놀이터가 좋아 요" "허리가 아파서 저는 걷고 있어요. " "관절이 저는 아파요. 어때요? 맨발걷기 효과 있나요?" "네 걸은 날은 좀 더 괜찮더라고요. 아들이 맨발걷기 하면 관절에 더 안 좋다고 신발을 사줬는데... 맨발로 걷고 있어요. " "관절에 더 무리가 안 갈걸요. 맨발로 걷는 것이..그럴까요?"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던 중 세탁소 아줌마는 일감 호출을 받고 일자리로 돌아갔다.
일몰이 시작되는 시간에 아이와 함께 놀이터를 나왔다. 아이는 시소를 타고 미끄럼틀을 타다가 그네를 타고 논다. 그와 동시에 나도 신발을 벗고 맨발걷기를 시작했다. 그네 타기에 싫증이 나면 아이는 잡기 놀이를 시작한다. 맨발로 걷고 있는 나를 따라다니며 신나게 놀이터를 뛰어다닌다.
아이만의 놀이터이던 곳이 이제 어른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맨발걷기 좋은 장소를 고르자면 모래해변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놀이터에는 안전하게 모래가 깔려있으니 맨발걷기에 이만큼 좋은 장소는 더 없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