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참을 수 없는 순간은 언제 일까? 현재 직면해 있는 고통중 가장 참을 수 없는 것은 매일 일상으로 하는 것들 중일것이다. 당연한 것처럼 여겨졌던 일들이 당연해 지지 않을때 그 고통은 더 참을 수 없는 괴로움이 된다는 것을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깨닫게 된다.
엄마가 입원한 병원의 같은 병실에 여자 환자가 있다.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나다 기운이 빠져 넘어졌다고 한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발가락 두개가 골절되고 말았다. 부러진 발가락 뼈가 옆으로 튀어나와 침을 박아 고정하는 수술까지 하게 되었다. 수술을 한 후 발의 통증이 너무 심해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다행히 무통주사와 항생제를 맞으며 발가락의 통증은 점점 줄어드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런데 자고 일어났더니 팔이 움직이지 않았다. 부러져 수술을 한 발의 통증보다 담이 걸렸는지 움직이지 않는 팔의 통증을 더 참지 못했다. 물리치료를 받고 다행히 팔의 통증도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변이 나오지 않았다. 10이상이나 볼일을 해결하지 못한 것이다. 변비약을 먹어도 소식이 없었다. 배는 게속 아프고 식은땀은 흐르고 얼굴은 사색이되었다. 결국 간호사에게 부탁하여 관장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항문에 관장약을 넣고 기다리는 15분을 참지 못해 볼일은 실패 하고 말았다.
거의 죽을것 같은 얼굴로 그녀는 계속해서 아픈 발과 팔을 끌다시피 하며 화장실을 왔다갔다했지만 변은 나오지 않았다. 거기에 소변까지 나오지 않는 것 같단다. 부러진 발가락 보다도, 담에 걸려 움직이지 않는 팔 보다도 가장 참을 수 없는 순간이 바로 몸속의 쌓인 배설물을 몸밖으로 버리지 못한 것이고 말했다.
나이가 들 수록 몸의 기능들은 약해지기 시작한다. 특히 병이 들었을때는 연약한 부분은 더욱 그러하다. 그럴 수록 몸안으로 들어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몸밖으로 배설해 내는 것들도 중요하다. 배설해 내지 못해 몸안에 뭉쳐있는 이 참을 수 없는 존재는 독으로 변하고 그로 인해 죽을 것 같은 고통을 경험한다. 고통스런 그 순간만큼은 감추고 싶은 수치스러움은 모두 사라져 버린다. 수치스러움보다 참을 수 없는 괴로움이 심하기 때문인 것이다.
매일 아침 일어나 소변을 통해 몸의 찌꺼기들을 걸러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오늘 내가 먹은 음식들이 몸속의 영양분으로 보내지고 나머지는 똥으로 배설되어 몸밖으로 버려지는 이일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는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