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타고 여동장둥(고개)을 넘어오다 차도를 걸어오는 그 녀석을 보았다. 내가 차를 멈추자 그 녀석도 가던 길을 멈추었다. 내 차를 알고 있는 것처럼 계속해서 차를 주시하고 앉아 있는 녀석을 바라보았다. '아랫마을이 저 녀석이 살고 있는 집일까?' 녀석이 사는 곳이 궁금했다. 차를 멈추고 내렸다. 녀석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궁금했다.
내가 차에서 내리자 녀석은 앉아있던 자리에서 일어나 아랫마을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언덕을 내려가는 녀석을 따라가니 할머니 두 분이 오손 도손 토방에 앉아 이야기를 하고 계셨다. 그러나 그 집은 아니었다. 녀석은 나를 피해 가는 것인지 자신이 가는 길을 잘 따라오는지 뒤를 힐끔힐끔 바라보며 앞으로 걸어나갔다. 어느 골목에서는 집으로 들어갈 듯하더니 입구에서 뒷발을 들어 영역 표시만 하고 지나갔다. 강아지가 멍멍 짖어대는 집으로 들어가는 듯하더니 다시 골목으로 나와 앞으로 걸어갔다. 어렸을 때는 아랫마을은 오밀조밀 사람들이 모여서 살았던 곳인데 이제 빈집만 가득하다. 사촌이던 친구의 집도 빈집이 되어 지붕이 내려앉으려 하고 있었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니 주말에 내려온 친구가 밭에서 풀을 뽑고 있었다.
"너 이 강아지 집 어딘지 알아?"
"나도 몰라 돌아다니는 개라고 하던데 개 때문에 동네 오빠가 괴롭다고 하더라. 잡으려고 해도 못 잡는다고 하던데"
이 동네 어딘가에 녀석의 집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녀석의 집은 이 마을이 아니었다. 어쩌면 녀석은 외지인이 이 마을에 버리고 간 불쌍한 녀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녀석은 윗동네 뿐만아니라 아랫 동네의 골칫덩어리가 되어있었다.
얼마 전 시골집 윗집 아저씨가 면사무소에 녀석을 잡아가라고 신고를 했다. 동물보호 센터에서 나왔지만 녀석을 포획하기 힘들다며 돌아갔다. 그리고 녀석은 내가 시골에 내려가는 주말이면 언제나 시골집에서 우리 강아지들과 함께 있다가 내가 나타나면 자리를 피했다. 그리고 동네를 한 바퀴 돌아다니다 다시 우리 집으로 들어오려고 시도를 한다. 강하게 녀석을 쫓아내지 못하는 나의 마음을 알고 있는지 집 주위에서 저만치 있다가 슬금 슬금 들어오기를 시도한다. 그리고 나의 인기척이라도 느낄 새면 또 집 밖으로 자리를 뜬다.
시골집에 주말이면 사람이 사고 있기때문에 낮에는 마음대로 들어오지 못한다. 그러나 밤이 되면 살며시 들어와 배부른 우리 강아지들의 밥을 나눠 먹고 있다가 아침이되면 살며시 자리를 피한다. 주말이 지나고 집에 사람이 없는 주중엔 자기 집인 양 강아지들 틈에 섞여 마당을 지키고 있을 것이다. 마치 자기 집인 것 마냥 말이다. 녀석은 왜 우리집에 자리를 잡을 생각을 했을까?두말할것도 없이 착한 동료들이있고, 사람은 없고, 먹이는 많아서 이겠지만 말이다.
녀석으로 인해 강제로 모두 묶여 지내게 된 우리집 강아지들이 불쌍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누군가에게 버려져 떠돌아 다니고 있는 녀석의 신세가 안타깝기도 하다. 그놈에서 그녀석으로 부르는 호칭이 바뀌고 있으니 나에게 떠돌이 강아지에 대한 연민이 생기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주말에 내려가도 녀석 때문에 초코의 짖는 소리에 시끄러워 잠을 잘 수 없고, 시골집 강아지들을 자유롭게 풀어 놓을 수 없는 상황에 화가 치미는 것은 어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