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찬 해놨응께 봐라

by 약산진달래

새벽 다섯시 안방에서 엄마의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막내를 부르지 않았지만 누구의 이름을 불렀든 나를 부르는 소리다.


오줌이 마렵다는 엄마는 이미 저녁에 찼던 기저귀를 창틀에 빼서 올려놓고 있었다. 새벽녘에 일어나셨지만 나를 부르지 않으신 것인지 아니면 내가 너무 깊숙이 잠을 자 못 들은 것인지도 모른다.


"엄마 나 안 깨우고 기저귀 뺐네 잘했네"

침대 옆 변기에 엄마를 앉혀 드리고 내가 말했다.

오줌을 누시고 다시 침대에 누우신 나를 보며 엄마는 말했다.

"쩌기 반찬 해놨응께 봐라"

"엄마가 걸어 가서 반찬을 해놨다고?"

엄마가 이제는 음식을 만들 만들 수도 없지만, 걷지 못하면서 엄마가 걸어서 반찬을 해놨다고 해서 내가 물었다. 자신감 있는 엄마의 대답 소리가 들렸다.

"그람 내가 걸어서 갔재. 그란디 걸음을 못 간께 자빠질라고 그랬다. 한 발짝만 더 걸었으면 자빠졌어야"


엄마가 무슨 반찬을 했는지 궁금했다.

"무슨 반찬?"

"노물 4개 해놨어야"

"4개나 해놨다고 무슨 노물인데?"

"콩노물 취노물....."

두 가지 나물을 말한 후 엄마는 더 말을 잇지 못했다. 생각이 나지 않으셨는지 헛웃음을 웃으셨다.

"그란디 조청이 없어야"

엄마는 무언가 더 할 말이 있으신 것 같았다. 그리고 생각이 나셨나 보다.

"쩌기 불 위에.... 적새에 개기 꿔 났응께 봐라"

생선까지 구워놓으셨으셨다고 엄마는 말했다.

"알았어 엄마 잘 먹을게"

대답을 하고 다시 잠을 자려는 순간 엄마가 다시 나를 불렀다.

"아야 불 쓰고 밥 차래 묵어라"

"고마워 엄마"

고맙다는 말을 하고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엄마도 안심이 되셨는지 더이상 나를 깨우지 않았다.


밤사이 엄마의 머릿속은 딸 걱정을 하셨던 것일까? 다른 날 같으면 새벽에도 기저귀에 오줌을 누고 기저귀를 빼달라고 나를 불렀을 텐데 말이다. 생각만으로도 밥을 차려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이 전해지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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