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동반 시대의 작은 예의

by 약산진달래

털을 깎은 하얀 개의 엉덩이가 실룩실룩 맨몸을 흔들어 대며 내 앞을 걸어가고 있다. 소형견이 아니라 대형견이다. 주인이 잡은 목줄이 이리저리 흔들거렸고,연신 뒤뚱거리는 엉덩이를 보며 걷는 것이 재미있었다. 잠시 저렇게 큰 개를 키우는 것은 쉽지 않을 텐데라는 생각해 보았다. 시골에 있는 작은 개들도 짖는 것이 장난이 아니기 때문이다.

두려움 없이 녀석의 뒤꽁무니만 보며 걷고 있는데 갑자기 녀석이 "컹~" 하고 짖으며 뒤돌아 나를 돌아보았다.

"엄마야"

깜짝 놀라 외마디 비병 소리를 질렀다.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그러나 견주는 잠깐 뒤를 돌아보았을 뿐 아무일 없다는 듯이 그냥 가던 길을 갔다. 개도 마찬가지였다. 한참동안 내려앉은 심장이 진정되지 않았다.

개의 주인은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하지 않은 것이 내심 불쾌했다. 강아지 때문에 놀랐다면 강아지를 키우는 주인은 당연 놀란 사람에게 미안해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아니면 강아지의 뒷모습을 지켜본 내가 강아지에게 미안해해야 했던 것일까.


옆집만 해도 그렇다. 새벽 6시 즈음이면 늘 "컹컹" 짖어대, 단잠을 자고 있는 나를 깨우고 만다. 주인이 나갈 때까지 강아지 짖음은 게 속된다. 더이상 잠을 잘 수가 없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내가 낮에 나가거나 집에 들어올 때 인기척이 들리면 또 짖는다. 아무 생각 없이 집에 들어오다가 갑자기 강아지 짖는 소리에 놀랄 수밖에 없다. 작은방에서 인기척이라도 내가 내면 어김없이 짖어 댄다. 그러나 단 한 번도 옆집 사람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 한 번쯤은 해줄 만한데 말이다. 그저 강아지에게 짖지 말라고 할 뿐이다. 내 집에 들어가려고 하다 옆집 강아지를 놀래킨 내가 잘못한 것일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오늘도 아파트에서는 스피커 방송을 한다. 바로 층간 소음 때문이다.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뿐만 아니라 주인이 집을 비운 사이 혼자 집을 지키는 강아지가 하루 종일 짖어서 시끄럽다는 민원도 만만치가 않다. 강아지를 키우는 사람들은 강아지가 다른 사람을 놀캐켰을때 강아지 대신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정도 해준다면 좋겠다. 강아지가 미안하다고 말을 할 수 없으니 말이다. 만약 내가 다른 사람을 놀랜다면 당연히 미안하다고 할 텐데 내가 놀래킨 것이 아닌 강아지가 했기 때문에 책임감을 갖지 못하는 것일까. 강아지 대신 강아지 주인이 책임감을 갖는 것이 강아지 동반 시대의 작은 예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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