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의 계절

by 약산진달래

저녁 찬거리를 사기위해 마트에 가려고 나섰다. 신호를 기다리는데 붕어빵 장사를 하고 있었다. 벌써 아이에서부터 어른까지 붕어빵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붕어빵의 계절이 돌아왔구나!' 겨울이 시작되려고 하나 보다. 아직 가을을 누려보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마트를 가려면 붕어빵집 앞에서 한 번 더 신호를 기다려야만 했다. 갓 구운 붕어빵 냄새가 코를 자극하고 뱃속까지 스며들어 위장에서 먹고 싶다는 사인을 보냈다. 위의 먹보근성을 나의 뇌는 절제시키지 못하고 있다. 마트에서 장을 보고 신호를 기다리는데 붕어빵집 앞은 여전히 기다리는 사람들로 장사진이었다. 더 붕어빵이 먹고 싶어졌다.

신호를 건너 붕어빵집 앞에 섰다. 붕어빵집이라야 리어카에 지붕을 올리고 하는 길거리 자판대이다. 지난해까지 할머니가 이 자리에서 붕어빵 장사를 했는데 조금 아줌마로 보이는 분이 붕어빵을 굽고 있었다. 이 자리에서 하던 할머니가 궁금했지만 물어보지 않았다. 아주머니의 손놀림은 붕어빵이 하나 구워지면 주전자에 담긴 반죽을 붕어빵틀에 붓고 그 위에 팥을 넣은 다음 다시 주전자에 담긴 반죽을 부었다. 그렇게 아줌마의 반복적인 손놀림에서 붕어빵들은 회전하고 있었다.

붕어빵가격은 두 개에 1000원이다. 붕어빵 가격이 올해는 더 올랐다. 4개에 1000원에서 3개에 1000원으로 이젠 두 개 라니 붕어빵으로 물가의 오름을 짐작하고 남았다. 생크림이 들어있는 붕어빵은 더 비쌌다. 1개에 700원었다. 팥 4개와 생크림 1개를 주문하고 잠시 기다리는 동안에도 아기 엄마와 중학생 한 명이 붕어빵을 더 주문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붕어빵을 한 개 먹고 싶다는 유혹을 물리쳤다.

엄마에게 팥이 들어있는 붕어빵 2개와 생크림 1개를 드리고 나도 두 개를 먹었다. 아삭아삭 바삭바삭 잘 구워진 붕어빵의 식감이 좋았다. 엄마가 드시기에 3개는 무리였는지 1개를 남기셨다. 2개를 먹고도 아쉬움이 남았는데 잘되었다. 붕어빵의 머리부터 꼬리까지 모두 먹어치운 후에 내가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이거 저녁이야"

오늘 저녁은 안 차려도 된다는 생각에 내심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 단 내가 문제다. 붕어빵만으로 저녁을 해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매일매일 식욕과의 유혹에서 지고 있기 때문이다. 탐식으로 배만 살찌우는 것이 아닌 마음도 살찌우는 계절로 만들어 볼 수 있기를 바란다.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찌는 천고마비의 계절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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