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엄마 아빠와 헤어져 마음이 불안한지 내 옆에 착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내가 가는 곳은 어디든지 따라다니다 심심했는지 책을 읽어 달라고 했다.
“할머니 책 읽어줘”
"그래 책 가지고 와봐”
아이는 할머니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아빠가 들고 온 물건 중 책이 들어있는 가방을 찾아냈다. 그리고 혼자서 중얼거렸다.
“무슨 책을 읽을까? 그래 이 책, 이 책, 이 책, 이 책, 이 책도 “
보고 싶은 책이 많았는지 혼자서 들을 수 없을 정도의 책을 골라 들으려고 했다.
“으잉 무거워 할머니 들어줘”
무거워서 들지도 못하자 들어달라고 했다.
“3권만 가지고 오세요”
“이잉 다 읽고 싶은데’
다 읽고 싶다는 아이에게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3권만 읽어 줄게요”
단호한 나의 말에 아이는 어쩔 수 없이 동화책 중에서 3권만 골라냈다.
최대한 재미를 살려서 동화책을 읽어주었다.
부모와 떨어져 불안했던 아이의 마음이 동화책을 듣다 보니 안정이 되어 가는 것 같았다.
“더 읽어줘 할머니”
동화책 3권을 할머니가 다 읽자마자 아이는 더 많은 동화가 듣고 싶었는지 동화책을 읽어달라고 졸랐다.
“그럼 딱 한 권 만이야”
나의 말에 “응” 대답을 했지만 겸이는 할머니가 두 권의 동화책을 더 읽어 주고서야 동화책 듣기를 마쳤다. 그리고 아이는 공손하게 부탁했다.
“할머니 내일 또 동화책 읽어주세요”
약속을 받아내고는 한참을 혼자서 장난감을 가지고 무언가를 놀았다. 그러나 혼자 놀기가 심심했는지 다시 동화책을 읽어달라고 말했다.
잠자기 전 매일 세 권씩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기로 약속했다. 동화를 들려줄 때는 미리 녹음을 준비하고 아이의 목소리도 함께 넣었다. 낮이 되면 아이는 어제 녹음한 동화를 다시 듣기 좋아했다. 매일 잠잘 때 들려주는 동화시간을 기다렸다.
동화를 들려주고 나면 이제 잠자리에 들 시간이다.
“할머니 같이 잘 거야”
“깜깜해 무서워 잠이 안 와"
잠이 들기 전까지 아이는 깜깜한 방안의 모든 물건들이 괴물처럼 보이기 시작했나 보다. 아이눈에 동화 속에서 만난 까만 괴물들이 자꾸 움직이고 있었다. 텔레비전도 왕 할머니가 주무시는 침대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람에 흔들리는 빨래들이 소시지 괴물이 되어서 아이에게 다가와 무섭다고 말했다.
"빨래가 움직여, 커지는 나무 같잖아요 소시지 괴물 같아 무서워”
‘커튼 쳐줘요 할머니"
아이가 말하자 커튼을 닫았다.
“내가 소시지 괴물을 무찔렀어 야호 ”
“할머니 손잡아줘"
내손을 꼭 잡고서야 아이는 안심되었는지 잠이 들었다. 잠들 때까지 아이는 작은 손으로 잡은 내 손을 놓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