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원네 있냐"
시골에 내려온 엄마는 세째며느리를 찾더니 말을 꺼낸다.
"똘짱기 묵을래?"
똘짱기?
"베란다 밖에 거시기 요만씩 한 거"
엄마는 아들이 좋아하는 똘장기를 세째며느리에게 주고 싶다.
"언제?"
"어저께 잡아다가"
내가 언제 잡아놨냐고 물었다. 젊은 시절 엄마는 앞 뻘에 나가 똘장기를 잡고 굴도 캐오고 했다.
엄마의 말은 언제나 짧다. 끝이 없이 말을 끝낸다. 움직이지도 못하시는 분이 상상 속에서는 일을 하고 계신다.
"대접 이만씩 한놈에"
"한나 찬 거 "
"안 찬 거 놔두고"
엄마는 대접에 가득 담은 것을 가져가라는 것이다. 언제나 좋은 것 많은 것을 자식에게 주고 싶어 하신다.
똘장기 요리하는 법을 알려달라고 했다.
"어떻게 만들어"
"애간장 설탕 쳐 다려"
"양파 있으면 사와"
"애장 2개 하고 설탕 하나하고"
"미원 사갔고 오고"
"기젖에다 "
엄마의 똘장기 요리법은 간단했다.
2:1로 애간장에 설탕을 넣고 끓인다. 양파를 넣고 미원으로 양념을 하면 끝이다.
"너 있는 놈 갖고 가지 말고 "
"나 있는 놈? "
"나 있는 놈 갖고 가"
"왜? "
"너 아끼게 "
"아! 돈 "
무슨 말인가 했더니 엄마돈을 가지고 가서 사 오라는 것이다.
"느그 오빠 안 오냐? "
"왜?"
"돈 주라고 "
"돈 뭐 하게? "
나의 물음에 엄마는 한동안 말이 없다.
"나 줄라고?...ㅎㅎ"
그리고 깨닫는다. 오빠 오면 용돈 받아서 나를 주려고 오빠를 기다리는 엄마다.
"행낭방 지붕에 개기 있다."
"씨앗 살 돈 있냐?"
잠시 조용하던 엄마가 말한다. 행낭방 지붕에 생선을 널어놓으시던 그 시절로 여행을 떠나셨다. 텃밭에 무슨 씨앗을 심으시려고 하시는 걸까? 엄마의 생각주머니는 늘 과거로 여행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