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약산진달래 Aug 02. 2024

노란 도끼빗

시골집에는 노란 도끼빗이 하나 있다. 엄마가 사용하시던 빗이다. 이 빗이 우리 집 거울에 꽂혀 있던 시간은 아마 십 년은 넘었을 것이다. 어쩌면 20년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지난번 시골에 내려왔을 때도 그 빗으로 머리를 빗고 나서 우시던 엄마였다.  


이번 시골행에서도  머리 빗을 빗을 달라고 하길래  빗을 드렸다. 머리를 빗다가 갑자기 유심히 빗을 이리저리 돌려보시고서는 말씀하셨다.
"이거 내 빗 아니냐"
"어 그거 엄마 빗이야"
"허응 허어.. 어"
나의 대답과 동시에 갑자기 서러운 엄마의 울음이 터졌다.


머리빗 하나에 온갖 생각이 다 떠오르신 것인지도 모른다. 자신의 연약한  몸과 마음, 평생 사신 집을 떠나 사는 신세,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늘 도움을 받고 살아야 한다는 서러움, 그 모든 생각이 노란 도끼빗을 보니 떠오르신 것일까.
  

추억의 물건은 우리를 그 시절 그때 그곳으로 인도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