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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란 속에서도

중국 선교에서의 주일학교 교사 강습회

by 약산진달래

중국 선교에서의 주일학교 교사 강습회

북경에서 흑룡강성까지 기차를 타고, 다시 굽이굽이 차를 타고 들어간 마을은 비가 내린 뒤라 그런지 좁은 골목길이 질퍽했다. 길을 걸을 때마다 흙이 신발에 묻어났고, 흙탕물이 몸에 튈까 봐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길을 따라 걷다 보니, 단정한 별채처럼 지어진 교회가 눈에 들어왔다.


교회 안으로 들어가니 한국 교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 의자가 놓여 있었고, 앞쪽에는 강대상이 자리하고 있었다.

나는 오랫동안 주일학교 교사로 봉사해 왔다. 이번 동행은 중국에서 선교사로 사역 중이신 한 선생님의 교사 강습회를 돕기 위해 참석한 터였다. 평소에도 중국 내 한인교회에서 주일학교 봉사를 하고 있었기에, 이번 강습회는 내게도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함께 찬양 인도를 맡은 자매는 중국 대학에 다니며 중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했다. 반면, 나는 중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언어와 문화에 적응하는 것도 어려운 시기였다. 중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자매를 보면 부럽기만 했고, 하루빨리 문맹 상태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과연 내가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걱정하며 참석했지만, 다행히도 강습회에 참석한 이들 중에는 조선족이 많아 한결 마음이 놓였다.


이번 강습회를 준비하며 중국에서는 오선악보 대신 숫자로 음을 표시한다는 사실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우리는 중국어로 번역된 한국 복음송과 쉬운 주일학교 찬양을 준비하며 찬양 자료집을 만들고, 찬양 곡의 악보를 정리했다.


강습회가 열린 교회는 중국 정부로부터 공식적인 종교 허가를 받은 삼자교회였다. 그러나 중국 내에는 여전히 비공식적인 지하교회들이 많았고, 허가받지 않은 모임이 발각될 경우 외국인들은 추방당하거나 처벌을 받을 수도 있었다. 실제로 그로 인해 감옥에 갇힌 사람도 있었고, 강제 출국을 당한 이들도 있었다. 당시 중국 내 기독교 선교 활동은 엄격하게 제한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혹시라도 문제가 생길까 걱정이 많았지만, "세상에서는 너희가 환란을 당하나 담대하라, 내가 세상을 이기었노라" 하신 말씀을 붙들고 담대한 마음으로 강습회에 임할 수 있었다.


3박 4일 동안 진행된 강습회는 예상보다 훨씬 성황을 이루었다. 하루 종일 걸어서 강습회에 참석한 사람들도 있었고, 이 시간을 간절히 기다려 온 교사들도 많았다. 대부분 조선족이라고 생각했지만, 참석자들 중에는 중국인도 적지 않았다.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참석자 중에는 강습회를 감시하기 위해 온 중국 공안도 있었다.


당시 중국 교회에서는 주일학교 교육이 거의 시작되지 않은 상태였다. 우리는 한국에서 많이 부르는 주일학교 찬양을 가르치고, 종이접기와 만들기 활동, 다양한 게임들을 소개했다. 참석자들은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집중했다.


레크리에이션 시간에는 웃음이 넘쳤고, 촛불 기도회 때는 많은 이들이 눈물을 흘렸다. 참석한 이들이 언어와 국경의 장벽을 넘어 주 안에서 하나가 되었던 세족식은 잋을 수 없다. 그렇게 3박 4일간의 강습회가 은혜롭게 마무리되었다. 참석자들은 주일학교 교육의 필요성을 절실히 깨달았고, 자신이 속한 교회로 돌아가 주일학교를 시작하겠다고 다짐했다.

더 놀라운 일은, 우리를 감시하기 위해 참석했던 중국 공안이 강습회가 끝난 후 예수님을 믿겠다고 영접 기도를 드렸다는 것이었다.


언어의 장벽이 두려워 주저했던 내 모습은 사라지고, 우리는 하나가 되었다. 그 안에서 나는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온전히 체험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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