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차: 쉼과 회복
말씀: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마태복음 11:28)
말레이시아에서의 선교대회, 그리고 인연
중국 내에 있는 선교사들은 복음을 합법적으로 전할 수 없었다. 자신이 선교사라는 신분을 밝히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그러나 그들은 비밀리에 개인적으로든, 조직적으로든 선교 활동을 진행했다. 한국인 선교사들의 모임도 활발히 이루어졌지만, 혹여 신분이 노출될까 걱정하며 모임을 피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렇게, 선교사들은 사역에 대한 부담감과 신분 노출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쉼과 안식이 절실했고, 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중국 내에서 어떻게 사역을 감당해야 할지 논의할 자리가 필요했다. 그런 필요 속에서 말레이시아에서 중국 사역자들을 위한 선교대회가 개최되었다. 나도 이 대회에 참석하며, 처음으로 말레이시아를 여행하게 되었다. 내 역할은 선교사님들의 자녀들을 돌보는 주일학교를 섬기는 것이었다. 선교사님들이 온전히 쉼과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수 있으려면, 누군가 아이들을 돌봐야 했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에서 처음 맛본 ‘두리안’
선교대회는 쿠알라룸푸르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진행되었다. 그곳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처음으로 맛본 과일의 충격적인 기억이다. 아마도, 그 맛이 똥맛 같았고, 가스 냄새 같은 향이 입안에 오래도록 남아 한동안 역겨움을 참아내야 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한 번 그 맛에 길들여지면 **‘두리안을 먹으러 남방 여행을 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자매들의 숙소는 2층, 형제들의 숙소는 아래층이었는데, 아래층에서는 **"이 기회가 아니면 먹기 힘들다"**며 두리안을 즐기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그 구릿한 냄새가 위층까지 스며들어, 나는 숙소에 있는 내내 헛구역질을 해야 했다.
선교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얻은 힘
넓은 중국 땅 곳곳에서 흩어져 사역하던 선교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우리는 함께 하나님을 찬양했고, 복음이 닫혀 있는 1040창 지역을 위한 전도 방법을 논의했으며, 기도하며 말씀을 통해 재충전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쉼과 회복의 시간을 통해 새로운 힘을 얻어 다시 구원받아야 할 중국 영혼들을 향해 나아갈 준비를 했다.
말레이시아의 푸르름 속에서 만난 ‘현주 자매’
말레이시아의 날씨는 투명할 정도로 하늘이 파랬고, 햇살은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고지대에 자리한 그곳은 더 푸르름이 가득한 곳이었다. 이번 선교대회에서 함께 어린이 사역을 맡았던 친구가 있었다.
현주 자매. 그녀는 북경 성경연구원을 통해 만난 청년이었다. 순수하고 맑은 영혼을 가진 사람이었다. 나는 현주 자매를 통해, 복음을 듣고 순전하게 영접한 하나님의 사람이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 깨달았다.
두리안과 함께 익숙해진 것들
세월이 흐른 지금, 두리안도 한국에 많이 수입되었다. 이제는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그것을 먹는 것이 두렵다.
그렇지만, 두리안 맛이 나는 사탕과 젤리는 맛있게 먹는다. 그렇게 역겹던 냄새도, 이제는 어딘가 고소하게 느껴진다. 어쩌면, 언젠가는 두리안도 맛있게 먹을 수 있을지 모른다. 아직 시도해 보지는 않았지만.
현주 자매와의 인연, 그리고 선교 여행
말레이시아에서 현주 자매와의 교제는 그곳에서 끝나지 않았다. 중국에 돌아와서도, 우리의 교제는 지속되었고, 귀국한 후에도 계속 신앙을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그날의 만남이 지금까지 이어졌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선교대회가 끝난 후, 우리는 싱가포르로 향했다. 그해, 선교대회를 통해 말레이시아에서 싱가포르를 거쳐, 인도네시아까지 여행하는 기쁨을 누렸다.
그해, 말레이시아의 푸른 하늘 아래, 나는 신앙의 길을 함께 걸을 소중한 친구를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