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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의 봄

by 약산진달래


고향의 산하는 언제나 정겹기만 하다.

오전 시간에 친구와 약속을 하고 섬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보기로 했다.

점심 걱정을 하는 친구에게 아침에 사 먹은 동태탕을 추천했다.

“동태탕도 덤으로 사 올 수 있으니, 지금부터 약산 일주를 시작해볼까?”



아버지 산소 옆, 어느 날 갑자기 아담한 집이 생겼다.

앞으로는 바다가 보이고, 뒤로는 산이 자리 잡고 있는 이곳이 명당자리라는 생각에,

둘째 오빠는 아버지가 돌아가시자마자 가족 묘역으로 꾸몄다.

나는 예전에 농담처럼,

“이곳에 산소 옆 커피숍을 하면 어떨까?” 하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정말로 우리 산소 옆에 집을 짓다니, 놀라웠다.

아무리 풍광이 멋진 곳이라 해도 산소 바로 옆,

그리고 공동묘지가 가까운 이곳에서

과연 누가 집을 짓고 살겠다는 걸까?

친구도 궁금했던지 말했다.

“너희 오빠들이 집을 짓고 산다면 효자라고 소문이라도 날 텐데,

도대체 어떤 사람이 이곳에 집을 짓고 사는 걸까?”

나도 궁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우리가 첫 번째로 향한 곳은 약산 진달래 축제장인 산문산의 진달래공원이었다.

5월의 진달래공원은 초록빛 물결이 바람 따라 넘실거리는 푸른 초장으로 변해 있었다.

그 아래 목장에서는 흑염소들이 마음껏 풀을 뜯고 있었다.

축제 기간이면, 이곳에서는 염소 싸움이 열려 사람들의 관심을 끌곤 했다.

이곳에서 가장 멋진 뷰는

멀리 다도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풍경이었다.

낮은 산들에 둘러싸여 이곳이 섬이라는 사실을 잊을 만큼,

초원에서 뛰놀다가도 잠시 앞으로 나가면

푸른 바다 위로 섬들이 떠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은 안개인지, 미세먼지인지 하늘이 잔뜩 흐려

가까이 보이는 섬들만 겨우 볼 수 있었다.

“어느 섬이 구멍섬이야?”

친구는 구멍섬을 찾았고, 나는 오른편을 가리켰다.

친구는 쑥이 나왔는지 새순을 찾느라 땅만 뚫어지게 바라보며 걷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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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향한 곳은 가사동 동백숲 해수욕장이었다.

가는 길에 복수초 군락지를 스쳐가는 행운을 얻었다.

길가에 소담스럽게 피어난 노란 복수초 무리가 햇살을 받아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웠다.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우리는 차에서 내려 연신 사진을 찍었다.

친구는 자신의 모습과 복수초를 함께 담아달라며

끊임없이 내게 지시했다. 나는 그 말을 따라 핸드폰 셔터를 눌러댔다.

하지만 사진이 썩 마음에 들지 않는지,

“쏙 드는 사진이 없네, 아쉽다.” 하고 친구가 투덜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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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동 동백숲 해수욕장으로 향하는 길목,

이미 동네는 동백꽃이 만개한 상태였다.

소담스럽게 피어난 동백꽃 숲을 지나,

길이 갈라진 모래사장을 지나 방파제 끝까지 차를 몰았다.

차를 세우고 파도 소리를 들으며 한동안 바다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곧 다음 목적지를 향해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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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친구를 데리고 간 곳은 약산 치유의 숲이었다.

당목항 위쪽 길을 따라 올라가면 나오는 이곳.

이곳은 전국 최초로 바다와 산림이 어우러진 복합 치유의 숲이다.

숲과 바다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이곳에는

다양한 트레킹 코스가 마련되어 있었다.

동백향길

해오름길

너울풍길

숲내음길

코스를 따라 걷다 보면,

푸른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는 곳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이할 수 있었다.

숲 내음 속으로 한 발 내디디는 순간,

온몸이 피톤치드로 가득 차는 느낌이 들었다.

거기에 바다를 바라보며 숲을 걷는 경험은

어디에서도 누려보지 못한 최고의 아름다움이었다.

이곳에는 해수가 포함된 따뜻한 온탕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족욕을 즐길 수 있도록

해수 족욕장도 마련되어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아쉽게도 족욕을 할 여유가 없었다.

처음 이곳을 방문한 친구는

"약산에 이런 곳이 있었어?"

하며 연신 감탄했다.

나는 친구와 함께 걸으며

이 순간을 누리는 것이 그저 감사할 뿐이었다.


치유의 숲에서 내려와 당목항에 들러 동태탕을 주문했다.

1인분에 만 원, 두 사람이 먹기에는 충분한 양이었다.

친구는 “부모님 점심으로 딱이네.” 하며 동태탕을 들고 집으로 출발했다.

가는 길에 구성리 바닷가 앞,

애기동백꽃 군락지가 새로 생긴 곳에 들렀다.

화사하게 핀 애기동백꽃이 우리를 부르듯 손짓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차를 멈추고,

친구는 또 연거푸 사진을 찍었다.

꽃 피는 봄이 우리 곁에 와 있음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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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룡리에 도착해,

중학교, 고등학교, 초등학교를 지나

섬을 한 바퀴 돌아 다시 집으로 향했다.

고향은 우리의 지친 마음을 위로해 주고, 참된 평안을 주는 곳이다.

친구와 나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 하나하나 되새기며

섬을 한 바퀴 돌았다.

그 안에서 우리는

행복했던 시절을 다시 떠올리고 있었다.

고향은 멀리 떠나 있던 우리를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기다리는 곳,

지친 우리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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