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이이이, 삐이이잉, 웽~ 웨엥."
이게 무슨 소리지? 귀를 울리는 사이렌 소리에 잠에서 깼다. 누군가의 집에서 불이라도 난 걸까, 아니면 아파트 관리실에서 비상 상황을 알리려는 걸까? 끝없이 이어지는 사이렌 소리는 방 안, 아니 집 안 전체를 가득 채우고, 귀속 깊숙이 파고들어 머리까지 울렸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보았다. 우리 집만이 아니었다. 우리 층 전체의 사람들이 문을 하나둘 열고 밖으로 나오는 중이었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복도식 현관을 함께 사용하는 오래된 서민 아파트다.
"무슨 일이래요? 어디서 불이라도 난 건가요?"
이렇게 시작된 말들은, 곧 아파트 관리실 얘기로 이어졌다.
“이렇게 시끄럽게 울리는데 한 명도 안 와본대요. 경비실에서라도 와봐야 하는 거 아닌가요?”
나는 창밖을 내다보았다. 그 와중에 2호에 사시는 분이 핸드폰으로 어딘가에 계속 전화를 걸고 있었다.
“아파트 관리실에서 전화를 안 받아요.”
그분은 관리실에 전화를 거셨던 것이다. 하지만 아직 아무도 출근하지 않았을 테니 당연히 전화를 받지 않았을 것이다. 아직 7시도 되지 않은 이른 아침이었기 때문이다.
어딘가에 불이라도 난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다. 우리 층에서는 화재의 흔적이나 냄새는 느껴지지 않았다. 혹시 다른 층도 이런 소리가 나는지 확인하려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보았다. 그런데 아래층은 아무 소리도 없었다. 그렇다면 이 소리는 우리 층에서만 나는 것이었다.
소란스러운 와중에 엄마도 잠에서 깨셨다. 엄마의 볼일을 도와드리고 다시 복도로 나왔다. 날씨는 화창했다. 그 햇살마저 눈이 부셨고, 아직 7시도 되지 않았는데도 열기는 장난이 아니었다. 오늘도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릴 게 분명했다.
6층에서 내려다보니 경비 아저씨가 경비실 주위를 어슬렁거리며 걸어가고 계셨다. 나는 아저씨에게 소리쳤다.
“아저씨, 여기 난리 났어요! 벌써 20분이 넘었는데 아무 조치도 안 하시면 어떡해요! 불이 진짜 났으면 어쩌려고요!”
아저씨는 들리는지 마는지 고개를 들어 우리 층을 살짝 바라보는가 싶더니, 고개를 돌려 관리실 쪽으로 향했다.
내 오지랖이 발동하기 시작했다. 아랫층으로 직접 내려가 보기로 했다. 경비 아저씨가 어떤 대응을 하고 있는지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엄마를 다시 침대에 눕혀드리고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향했다. 아랫층에 도착하니 소방차가 도착하고 있었다. 소방대원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내가 신고한 사람인 줄 아는 듯 곧장 다가와 물었다.
“경비실과 관리실이 어디죠?”
사이렌 소리를 끄려면 통제실에서 확인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다행히 그 시각, 경비 아저씨가 관리실에서 불을 켜고 계셨다.
나는 그 순간, 내 임무를 완수했다는 안도감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토록 시끄럽게 울려대던 사이렌 소리도 멈췄다.
그리고 잠시 후, 소방대원이 우리 층으로 올라왔다. 사이렌 소리의 원인은 복도에 설치되어 있던 소화기 앞의 화재 센서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노후된 센서가 작동해서 소리가 난 것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뜨겁게 달구어진 햇볕 때문에 노후 센서가 오작동한 것일지도 모른다. 사이렌 소동이 정리되자, 복도에 나와 있던 사람들도 모두 각자의 집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아침부터 이렇게 뜨겁다니, 오늘은 또 얼마나 더울려나…”
활짝열린 복도 창문 밖을 내다보며 태양의 열기를 감지하던 4호 동생이 한마디 하고 집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4호의 현관문은 닫히지 않았다. 나도 집안으로 들어가며 현관문을 더 활짝 열어 재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