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ermes Sep 09. 2023

[10] 추억을 담는 것과 보여주는 영상의 차이

- 수십 년 지나서, 첫 촬영을 경험하다 -

전문가와 초보의 차이

홍콩의 장가위 감독이 연출한 ‘화양연화’에 대한 촬영 일화를 방송에서 들은 적이 있다. 한 장면 한 장면마다 감독의 생각과 의미를 섬세하게 그려 넣으려다 보니 장면마다 작품이 되었다는 것이다. 여주인공의 머리모양 손질에 5~6시간을 들이고, 확인은 안 되었지만, 좁은 계단 오르내리는 장면을 수일간에 걸쳐 반복 촬영했다고 한다. 영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카메라 워킹과 앵글 속에 담긴 감독의 메시지, 소소한 행동 속에 깃들인 배우들의 극 중 마음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얼마 전 영상촬영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피드백까지 해주겠다고 하여, 촬영 경험이 첫 아이 태어나면서부터니 수십 년인데 어떻게 평가할까 궁금하기도 했다. 주변 근린공원을 산책하며 조금 더 신경 써 휴대폰으로 촬영한 동영상을 보냈다. 역시 전문가들은 영상 속에 들어 있는 촬영자의 마음을 읽어 냈다.


촬영할 때 왜 하는지 목적을 분명히 하라. 사전에 스토리 구성이 없으니 촬영할 때 피사체 앞에서 주저한다. 엔딩 부분에서 끝내려다 지나쳐 마무리하는 모습 등이 그대로 노출되었다. Vlog이기 때문이라는 관대한 평을 받기는 했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영상이라면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분명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당연한 이야기일진대, 나는 구분 없이 셔터를 눌러왔고, 습관이 잘 못 들은 것이다.    

지난 수십 년 경력은 뭐지 라는 신선한 충격으로, 교육에 임하는 자세가 변했다.


보관에서 보여주는 영상으로

지금까지의 Video촬영은 내가 보관하기 위한 목적이므로, 참석자 얼굴과 전체 분위기 중심으로 초점만 잘 맞추면 되었다. 사전 준비라야 Video Tape과 충전상태 체크, 예비 배터리, 삼각대, 필요하면 교체 렌즈 정도였다. 스마트폰의 발달로 그마저도 필요 없어졌다. 스마트폰 충전상태 체크와, 충전 코드만 챙기면 된다.

어찌 보면 습관처럼 동영상을 촬영해 왔던 것이다. 막상 편집하려다 보니 원하는 Shot이 부족한 것은 당연하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동영상은 주제가 있고, 핵심 메시지가 필요하며, 구성안도 만드는 기획단계부터 시작해야 한다.

구성안이 준비되면, 다음은 스토리보드를 만드는 것이다. 가끔 영화감독이 배우들에게 연기를 주문하거나 지도할 때,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그림을 그려서 설명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전달이 쉽고, 이미지가 확실히 들어오기 때문이다. 스토리보드는 촬영자를 위한 것이기에 본인이 촬영한다면 본인을 위한 것이 된다.

스토리 내용에 따라 만화 컷을 그리는 느낌일 수 있다.


촬영 관련된 에피소드

경험담을 예로 들어보겠다. 제품 홍보사진 촬영을 위해 전문 모델과 사진사까지 준비했는데, 촬영 시나리오가 없어 낭패를 본 적이 있다. 전문지식이 없는 사람들이 준비하다 보니, 단순 제품 홍보용 사진으로 생각하고 진행했다. 촬영 위치, 소품, 상품과 촬영시간, 일정 정도를 준비해서 촬영은 마쳤는데, 결과물을 활용할 때 문제가 생겼다. 한마디로 쓸만한 컷이 부족한 것이다.


규모가 작은 회사는 비용을 들여 촬영한 사진은 카탈로그뿐만 아니라, 이벤트, 홍보용 리플릿, 팸플릿, 온라인 쇼핑몰 등에 두루 활용하게 되는데, 용도를 특정하지 않고 촬영하다 보니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용도에 스토리를 입혔다면, 모델과 촬영자가 자신의 지식 법위 내에서 다양한 연출을 하지 않았을까 되짚어 본 적이 있었다. 동영상 촬영도 같은 원리일 것이다. 목적에 맞추어 촬영하지 않으면 편집할 때 쓸만한 영상이 부족하게 되어 재촬영하거나, 만족스럽지 않은 영상이 나올 수 있다.


촬영에 대한 기초지식

스토리보드에는 화면구성의 3 요소가 반영되면 맞춤형 촬영이 되어, 촬영과정과 촬영 후 편집 과정에서 작업이 수월해진다. 화면 구성은 1) 영상 구성 기본단위인 샷(Shot), 2) 피사체에 대한 촬영 각도인 앵글(Angle), 3) 영화촬영 조작기술인 카메라 워킹(Moving)이 있어, 스토리를 잘 표현할 수 있는 전달 수단으로 잘 배치해야 한다. 시청자들에게 전달력을 높이고 몰입감을 주기 위한 다양한 스킬들이 있지만, 비용과의 트레이드오프 관계이니 유효 적절하게 반영해 두어야 한다.

Shot과 Story board : https://edu.kocca.kr/edu/search/list.do?menuNo=500079

인물샷의 경우 Big Close, Close, Up, Bust, Waist, Knee, Full, Long으로 8가지로 세분한다. 말하거나, 강조하고자 하는 내용에 따라 적합한 샷을 화면으로 구성하면 전달력이 높아진다.

앵글(Angle)의 경우는 High(위에서 아래-위축과 외소), Eye(수평-안정감), Low(아래에서 위로-웅장함)가 있는데, 주의할 점은 수많은 샷들을 이어서 붙이면서 발생하는 연속성과 일관성 유지를 위해 이미지너리(Imagnary) 라인이라는 시선 방향 일치시켜야 하는 것이다. 시선 방향의 연속성이 없으면 부자연스러워져 몰입감이 떨어지고, 피로감이 오게 된다.

앵글의 일관성 유지를 위한 Imaginary Line (콘텐츠진흥원 https://edu.kocca.kr/edu/search/list.do?menuNo=500079)

카메라 Working은 개인은 휴대폰을 많이 사용함으로 Pan(좌우)과 Tilt(상하)에 대한 개념 이해와, 휴대폰의 동영상 메뉴에서 다양한 기능을 사용해 보면 좋을 듯하다.

휴대폰(Gal22 Ultra)의 다양한 동영상 촬영 메뉴와 Pro 메뉴

보여주는 영상은 ‘표현의 예술’이다.

보관하는 동영상에서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동영상이 되게 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적인 기능뿐만 아니다. 좋은 영상을 많이 보면서 표현방식이나 기법들을 배우고 따라서 시도해 보아야 한다. 촬영해 보고 비교해 보고, 느껴보고, 편집해 보면서 경험적인 노하우를 쌓아 가야 한다.


영상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미장센(연극이나 영화에서 화면구성)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빛과 공간감, 색과 배경의 활용, 포커스의 In과 Out 등도 화면 품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들이다. 한마디로 ‘표현하는 종합예술’이다.


서두에서 예를 든 화양연화를 처음 보았을 때 지루한 감마저 들었는데, 전문가들의 해설을 들으면서 다시 보니, 의미를 이해하게 되었다. Shot과 앵글, 빛과 조명, 색, 미세한 반복 동작, 원근감, 대사보다 표정으로 말하는 정적인 화면에 대한 표현력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한마디로 감독이 표현하고자 하는 스토리가 길고 액티브 한 영상과 대화 없이도 잘 전달이 될 수 있구나 하는 것이다.

영상을 감상하고 즐기는 것도 좋지만, 나도 절제된 화면구성으로 의미를 잘 전달할 수 있도록 시도해 보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9] 확대되는 GenAI Application서비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