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몸이 먼저 깨는 계절이었다.
이불 안의 느린 깨어남
겨울 아침은 눈보다 몸이 먼저 깼다.
눈꺼풀은 아직 잠에 붙어 있는데,
등과 배 사이 어딘가에서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다'는 감각이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이불속에서 뒤척이는 시간은
겨울에만 허락되는 작은 여유였다.
핸드폰 불빛만 깜빡이는 그 몇 분,
이불속의 여유는 더 길어졌다.
아직 속눈썹도 뜨지 않은 채
알림 창을 스치듯 넘기는 잠깐의 순간.
그때의 몸은 겨울의 속도에 가장 가까웠다.
화장실 문틈을 지나오는 한기
결국 이불 밖으로 나오는 순간,
겨울은 더 정확한 얼굴을 드러낸다.
화장실로 향하는 몇 걸음,
그리고 문틈을 스치는 찬 공기가
목덜미를 서늘하게 긁어 올렸다.
지금은 난방 빵빵한 아파트에서도,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침의 화장실은
계절이 가장 먼저 드러나는 자리였다.
찬 물이 손에 닿기 전,
몸은 이미 계절을 알고 있었다.
뜨거운 물을 데우던 부엌
한때 겨울 아침의 부엌은
작은 전쟁터 같은 곳이었다.
난로나 가스불 위에서
물을 데우며 하루를 준비하던 시간.
뜨거운 물 한 주전자가
가족 모두에게 돌아갈 때까지
부엌은 식탁보다 더 붐볐고,
그 수증기는
그날의 체온을 잠시 끌어올려 주었다.
밤새 연탄불이 꺼지지 않게
새벽에 한 번쯤 일어나 연탄을 갈던 기억도
멀지 않은 과거처럼 남아 있다.
연탄을 들고나가던 그 무게는
어른들의 겨울을 설명하는 하나의 방식이었다.
골목길의 김
대문을 열면
겨울은 늘 골목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집집마다 연통에서 올라오던
흰 김과 검은 연기들.
연기 냄새에 섞인 약한 콜록거림까지,
골목은 사람들의 숨으로
천천히 데워지곤 했다.
벙어리장갑, 털 귀마개,
손뜨개질 목도리,
털신발 신은 할머니의 작은 걸음.
모두가 겨울의 결을 따라 움직이던 시절.
그 시절의 골목은
사람들이 만드는 온기가 모여
비슷한 속도로 흘러가던 곳이었다.
(이미지출처 : 구글_매일경제)
여운
겨울 아침의 기억은
풍경보다 몸의 감각으로 더 오래 남는다.
이불속의 느린 깨어남,
화장실 문틈을 지나던 냉기,
데워지던 금속 주전자,
연통 위로 올라가던 김의 춤.
그 모든 것들이
하루의 첫 호흡이 되던 시절이 있었다.
겨울은 그렇게,
천천히 몸에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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