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락으로 이어지던 겨울

집이 시간을 보관하던 방식에 대하여

by 깊고푸른밤

예전에는 단독주택이 많았다.

2층 집도 흔했고, 집 안에는 위로 이어지는 계단이 있었다.
겨울에 그 계단을 밟으면
나무가 천천히 삐걱거리는 소리를 냈다.
집이 스스로 무게를 지탱하고 있다는 신호처럼 들리던 소리였다.


거실 바닥은 늘 차가웠다.

보일러를 틀어도
한기는 먼저 발바닥을 타고 올라왔다.
양말을 신은 상태에서도
바닥의 냉기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겨울의 집은
몸이 먼저 반응하는 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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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 Pixabay)


그 집에는 '다락'이 있었다.
요즘 기준으로 보면
수납을 위한 공간에 가깝겠지만
당시의 다락은
그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쓰지 않는 물건들이 모여 있었고,
계절이 지난 이불과
오래된 상자들이 겹쳐 놓여 있었다.


다락은 늘 반쯤 어두웠다.
작은 창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공기 중의 먼지를 비출 때면
회색에 가까운 빛이
잠시 머물렀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공간이었지만
자연스럽게 소리를 낮추게 되는 장소였다.


냄새가 있었다.
나무와 종이, 오래된 천이 섞인 냄새.
정확히 구분할 수는 없었지만
시간이 쌓여 만들어진 냄새라는 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다락방 한쪽에는 작은 상자가 있었다.
안에는 어린 시절 손에 익었던 물건들이
겹치듯 담겨 있었다.
지금에 와서는
그 안에 무엇이 들어 있었는지
정확히 떠올리기 어렵다.


다만
그 상자를 열 때마다
괜히 한 번 더 들여다보게 되던 시선과,
다시 덮기 전
잠시 망설이던 손의 움직임만은 기억난다.


특별한 용도가 있는 것들은 아니었고,
그렇다고 쉽게 버릴 수 있는 것들도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며
그 상자는 더 이상 열리지 않았다.
어디로 옮겨졌는지도,
언제 사라졌는지도 분명하지 않다.
남아 있는 것은
물건이 아니라
그 자리에 있었던 기억뿐이다.


어릴 때 다락은
비밀스러운 공간이기도 했고
조금은 낯선 장소이기도 했다.
무섭다는 감정에 가까웠던 건
위험해서가 아니라
너무 조용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아무도 없는 공간에
혼자 있다는 사실을
처음 인식하게 되는 곳.


지금은 다락이 없는 집에서 산다.
계단도 없고,
나무가 삐걱거리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바닥은 고르게 따뜻하고
공간은 효율적으로 정리되어 있다.
불편함은 사라졌지만
그만큼 남는 감각도 줄어들었다.


가끔 생각한다.
그 다락의 겨울이
왜 아직 기억 속에 남아 있는지.
아마도 그곳은
집이라는 공간이
사람의 시간을 어떻게 보관하는지
처음으로 알게 해 준 장소였기 때문일 것이다.


Epilogue

이 글은 예전 집의 다락과 겨울에 대한 개인적인 기억을 기록한 글입니다.
어떤 집은 사라졌고,
어떤 구조는 남아 있지 않습니다.
다만 각자의 기억 속에는
한 번쯤 올라가 보았던 공간 하나쯤
조용히 남아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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