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을 끈 뒤, 공기만 남는 시간
(이미지출처 : unsplash)
겨울밤의 공기는 유난히 맑다.
차갑다기보다는 쨍하다는 말이 먼저 떠오른다.
소리는 거의 없고,
정적만 또렷하게 남아 있다.
그 안에 잠시 머무르면
하루 동안 몸에 남아 있던 것들이
조금씩 느슨해진다.
말이나 생각으로 정리되는 게 아니라,
그냥 덜 붙어 있는 상태.
겨울밤의 정적은
무언가를 위로하지 않는다.
대신 사람을 한 걸음 물러서게 만든다.
하루를 평가하지 않은 채
그날의 나를 그대로 두게 한다.
그래서 어떤 밤에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는데
몸이 가벼워진 느낌이 남는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확실히 덜 남아 있는 상태.
겨울밤이 가진 이 쨍한 고요는
감정을 건드리기보다
사람을 비워 놓는다.
그리고 그 비워진 상태가
다음 날까지
조용히 이어진다.
Epilogue
이 글은 겨울밤에 대한 개인적인 기록에 가깝다.
정적을 특별하게 말하려는 의도는 없다.
불을 끈 뒤 잠시 남아 있던 공기의 상태를
그대로 옮겨 적었을 뿐이다.
읽는 이의 겨울밤에도
각자의 밀도가 남아 있어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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