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한 밤에 비로소 도착하는 계절
(이미지출처 : unsplash)
겨울은
켜진 불 아래에 있을 때보다
불을 끄고 난 뒤에 더 또렷해진다.
방 안이 갑자기 어두워지면
공기의 밀도가 달라진다.
낮 동안 말로 채워졌던 공간이
순식간에 소리를 잃는다.
그제야
겨울이 있다.
진짜 겨울은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결정한 뒤에 온다.
불을 끄고
손을 움직이지 않고
말을 더 하지 않겠다고 마음먹는 순간.
그때부터
집 안의 사물들이
제 속도를 되찾는다.
탁자 위에 남겨진 컵,
씻지 않고 둔 그릇,
의자에 걸린 외투까지
모두가
조금 느린 시간으로 이동한다.
겨울은
사람보다 사물이 먼저 느끼는 계절이다.
그래서
겨울밤에는
쓸데없이 물건을 정리하지 않게 된다.
치우지 않는 선택,
미루는 결정,
내일로 넘겨둔 온기.
그것들이
겨울을 완성한다.
불을 끄고 나면
해야 할 일은 줄어들고
남아 있는 것들만 보인다.
그때
하루가 비로소
조용히 끝난다.
겨울은
낮이 끝나고 시작되는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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