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의 거리 감각
(이미지출처 : pixabay)
벨소리가 울리면 먼저 흠칫 놀란다.
기분이 썩 좋지 않은 놀람이다.
액정에 뜬 이름을 확인하고,
잠시 망설이다가 심호흡을 한 번 한 뒤에야 통화 버튼을 누른다.
가끔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화면이 꺼질 때까지 기다린다.
예전엔 반가움이었던 그 신호음이, 이제는 일상의 흐름을 끊는 소리처럼 느껴진다.
요즘은 전화보다 메시지가 먼저다.
미리 약속된 통화가 아니라면, 불쑥 걸려오는 전화는 어딘가 부담스럽다.
이건 나만의 유별난 성향 탓은 아닐 것이다.
코로나 이후, 우리는 알게 모르게 타인과의 거리를 다시 설정했다.
대면을 줄였고, 통화를 줄였고, 모임을 줄였다.
처음엔 임시였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흥미로운 건 팬데믹이 끝난 지금이다.
거리 두기는 해제되었지만, 우리의 행동은 복구되지 않았다.
회식은 선택이 되었고, 야외 활동은 '굳이?'라는 질문 앞에 멈춰 선다.
우리는 '가능한 것'과 '필요한 것'을 구분하는 데 생각보다 빠르게 익숙해졌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변화다.
전화는 효율적인 수단이 아니다.
목소리에는 감정이 묻어나 숨기기 어렵고, 침묵은 어색하며, 상대의 시간을 예고 없이 점유해야 한다.
통화는 언제나 즉각적인 반응을 요구한다.
반면 메시지는 안전하다.
적당한 지연을 허용하고, 답변을 고를 수 있으며, 감정을 정리할 시간을 준다.
우리는 이 '편집 가능한 대화'에 이미 안착해 버렸다.
만남조차 '이벤트'로 재분류되었다.
예전에는 만나는 것이 기본값이었고, 불참에는 이유가 필요했다.
지금은 불참이 기본값이고, 참석에 설명이 붙는다. 대면은 일상이 아니라 선택지가 되었다.
코로나는 어쩌면 우리가 내심 원했던 '적당한 거리'를 명분 있게 허락해 준 계기였을지도 모른다.
서로에게 접근할 수 있지만, 굳이 접근하지 않는 상태.
이 관리된 거리가 주는 건조한 안정감.
이 변화가 옳은지 그른지는 모르겠다.
다만 분명한 건, 우리는 그 시절의 끈끈하고 피로했던 거리로 다시 돌아가려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지금 우리는 외로운 게 아니라, 딱 알맞게 멀어져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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