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지 않아도 되는 것들

by 깊고푸른밤

(이미지출처 : pixabay)


정보는 넘친다.
당류, 나트륨, 트랜스지방, 과식의 메커니즘 같은 것들.
이제는 건강검진표보다 유튜브가 먼저 알려준다.
어떤 음식이 내 몸에 굳이 필요 없는지도,
어떤 음식이 나를 더 빨리 늙게 하는지도
대부분은 안다.


문제는 그래서 생긴다.
운동과 공부가 그렇듯,
몰라서 못하는 게 아니라
알면서도 못하는 쪽으로 인생이 옮겨 간다.


먹지 않아도 되는 것들.
나아가, 먹지 않으면 더 좋은 것들.
이상하게 그런 것들은 늘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
반짝이고, 끈적이고, 뜨겁고, 바삭하고, 달고, 짭짤하고.
입에 들어오는 순간
생각보다 먼저 도착하는 맛들이다.


그러니까 이건
지식의 문제가 아니라
속도의 문제다.


몸은 늦게 말하고
혀는 너무 빨리 대답한다.


그리고 그 빠른 대답에는
대개 기억이 섞여 있다.
어릴 때 허기,
늦은 밤 편의점의 형광등,
고단한 날에만 허락했던 한 끼,
누군가가 "괜찮아"라고 말해주지 못했던 날들.


그래서 우리는
건강을 위해 먹지 않는다.
종종,
마음을 달래기 위해 먹는다.


물론 다 안다.
그걸 많이 먹고 나면
혈당이 오르고, 속이 무겁고, 잠이 흐려지고,
다음 날 몸이 한 박자 늦어진다는 것까지.


그런데도 손은 또 간다.
맛이 나빠서가 아니라
너무 정확하게 맛있어서.


우리는 이미 답을 안다.
다만 그 답을
매번 가장 맛있는 방식으로
틀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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